[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중국 조선업계의 추격이 매섭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수주실적은 한국 조선업계를 앞선 지 오래다. 여기에 양국 간 기술격차는 3년4개월로 좁혀졌다. 이마저도 2020년부터는 역전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중국 경쟁력 강화에 따른 산업별 리스크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한국과 중국 조선업계의 고부가가치 선박 기술격차는 3년4개월이다. 지난 2014년 3년6개월에서 격차가 2개월 좁혀졌다.
국가 간 고부가가치 선박기술 기준. 유럽연합(EU)을 기준으로 각 나라별 기술격차 차이. 제작/뉴스토마토
지난 2년여간 수주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국내 조선업계가 연구개발(R&D) 투자를 줄여나간 영향으로 분석된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의 3분기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3분기 3사 R&D 비용은 2012년 3분기보다 절반 이상 감소했다.
현대중공업은 1810억5100만원에서 673억1200만원으로 168.97% 줄었고,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각각 129.46%, 125.26% 축소됐다.
중국은 지난 2015년 '중국제조 2025'를 통해 조선산업을 10대 중점 육성 분야로 선정했다. 크루즈선과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고부가치 선박과 해양플랜트 분야에 대한 경쟁력 강화가 골자다. 이어 지난해에는 2020년까지 해양플랜트 수주 점유율 35%,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점유율 4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기도 했다.
중국은 2008년 8월 한국을 제친 이후 줄곧 수주잔량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달 초 기준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잔량은 1520만CGT(표준화물환산톤수)다. 중국은 2860만CGT로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일감을 확보했고, 일본(1610만CGT)과 한국이 뒤를 이었다. 수주한 금액은 중국이 전체 614억달러에 그친 가운데 한국은 493억달러를 기록했다. 한국 조선업계가 고부가가치 선박을 더 많이 수주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조선업계의 기술격차가 오는 2020년에는 중국에 따라잡힐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중국 조선업계가 정부의 금융지원에 힘입어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개발과 생산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은 한국 조선업계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2만2000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9척을 수주하며 시장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2020년쯤부터는 한국과 중국의 선박 기술력 차이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의 금융 지원까지 받는 중국과 차별화할 수 있는 시장 지배력 강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