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겸 현대글로벌서비스 공동대표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플랫폼 구축 등 사업 다각화에 시동을 건다. 2015년 전무로 승진한 지 2년 만인 지난해 11월 사장단 인사에서 초고속 승진한 정 부사장은 처음 계열사 대표를 맡으며 본격적인 경영능력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정기선 부사장은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의 장남이다. 지난해 인사에서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에도 내정됐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인 현대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다. 지난 2016년 현대중공업에서 분사한 조선기자재 애프터서비스(A/S) 전문 회사다. 주력사업은 선박 수리와 개조, 정비, 폐선 등 선박 생애주기 관리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그룹 내 조선소들이 생산해 인도한 3000척 이상의 선박 유지와 보수를 맡고 있다.
정 부사장이 경영전면에 나서는 첫 해 실적 전망은 밝은 편이다. 현대로보틱스는 최근 투자설명회(NDR)에서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매출(이하 별도기준)을 4000억원대 초반으로 제시했다. 연간 평균 영업이익률(OPM)은 25%로,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2381억원, 영업이익은 601억원으로 증권업계는 추정했다. 올해 매출액만 보면 지난해보다 68% 늘어나는 셈이다.
지난해 11월 현대중공업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정기선 현대글로벌서비스 공동대표.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정 부사장은 현대중공업 선박영업부문장과 기획실 등 실무경험을 토대로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기존 사업뿐만 아니라 신사업 개척으로 성과를 내야하는 상황이다. 정 부사장이 꺼내든 카드는 외형 확대와 ICT 기반 플랫폼 사업을 통한 매출 다각화이다. 실제로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설립 초기 193명에 불과하던 직원 수를 이달까지 270명으로 늘렸다. 주력 계열사인 현대중공업이 수주절벽에 따른 매출 감소로 인력을 줄이는 행보와는 대조적이다. 플랫폼 사업은 오는 2019년까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핵심기술인 딥러닝(인간두뇌와 유사한 심층학습) 등을 접목, 운항선박과 육상 엔진발전 시설의 '생애주기 관리 서비스'를 고도화해 매출을 늘려나갈 방침이다.
정 부사장은 올해 현대글로벌서비스 경영전면에 나서는 첫해인 만큼 조직과 사업 안정화에 주력하며 내실을 다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정 부사장의 경영 승계를 위한 시험대라는 점을 감안해 지원을 대폭 넓힐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회사 내부에서는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안광헌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는 최근 발간한 사보에서 "정 부사장이 공동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미래사업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며 "ICT 기반 플랫폼 등 신사업 강화로 오는 2020년 매출이 2조원, 수주액 23억달러로 매년 2배씩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계 관계자는 "정 부사장이 현대글로벌서비스에서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만큼 현대중공업 등 기존 선박에 대한 유지보수 서비스 이외 사업에서 성과를 내는 것 역시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신사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며 그룹 내에서 점점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