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참 한결같은 박 전 대통령

입력 : 2018-02-28 오전 6:00:00
박근혜 전 대통령이 27일 검찰로부터 징역 30년을 구형받았다. 기소 10개월 만에 1심 법리 공방의 끝을 알리는 순간에도 박 전 대통령은 끝내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의 결심 재판 시작 전 박 전 대통령이 앉아야 할 법정 오른편에는 국선변호인 다섯 명만 나란히 앉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서울구치소로부터 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 출석할 수 없다는 내용의 의견서가 도착했다. 피고인 불출석 상태로 공판을 진행하는 게 불가피하다"며 피고인 없이 재판을 진행하는 '궐석재판'을 진행했다. 지난해 가을부터 계속 반복되고 있는 장면이다.
 
박 전 대통령의 '책임 없는 행동'은 재판부가 자신에 대한 구속 연장을 결정한 뒤 지난해 10월16일 열린 첫 재판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5월 첫 재판 이후 5개월 만에 입을 연 박 전 대통령은 준비한 글을 읽으며 "정치적 외풍과 여론 압력에도 헌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향후 재판은 재판부 뜻에 맡기겠다"며 재판 출석을 보이콧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 사선변호인단까지 총사퇴하며 재판 공백 사태가 빚어졌다. 재판부가 발 빠르게 국선변호인단을 꾸려 더 큰 공백은 막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4개월 넘게 자신의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추가 기소된 재판 역시 마찬가지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을 접견하려는 국선변호인들도 만나지 않았다.
 
자신의 21개 혐의를 심리 중인 법원의 판단을 믿을 수 없다며 재판 자체를 거부하는 상황이 과연 합당한 행위인지 여전히 의문스럽다. 재판부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기 전에 자신의 억울한 부분은 변호인과 자기 변론 및 관련 증거로 입증하면 된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법적 절차를 무시한 채 재판 자체를 거부하며 동시에 '정치'와 '여론'이라는 단어를 꺼내 들었다. 
 
먼저 정치와 여론을 거론한 박 전 대통령 스스로 정치를 자기 상황에 이용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현 재판부에 정치·여론집단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자신의 지지자를 결집하려는 의도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 나라의 전직 대통령으로서 재판에서까지 정치를 거론한 점은 실망스럽고 애석한 일이다. 이는 전직 대통령을 맞아 118회에 걸쳐 신중하게 심리를 진행한 재판부에 대한 모독이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
 
김광연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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