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MB, 영포빌딩 옆 서울중앙지검으로 오시라

입력 : 2018-02-05 오전 6:00:00
서울 서초구 서초동 1709-4번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소유한 영포빌딩의 주소다. 기자가 이 글을 쓰는 서울고검 청사에서 불과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영포빌딩은 지난달에만 3차례나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했다. 이 전 대통령의 임기 전부터 퇴임 후 5년 정도가 지난 지금까지 전 국민의 관심사지만, 아직 실소유주가 불상인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서울사무소가 들어선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한 2번째 압수수색에서는 압수물 중 출처가 청와대로 추정되는 자료가 상당 부분 포함됐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 측이 압수수색 직후 "해당 압수물 중 대통령기록물이 포함됐으니 이를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검찰에 보낸 것으로 확인되면서 다스의 서울사무소가 있는 영포빌딩에 대통령기록물이 보관된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영장 범위를 초과하는 잘못된 압수수색"이라고 반발하면서 "착오로 대통령 개인 짐에 포함돼 이송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해명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10년 전 참여정부 비서진 10여명은 열람권 확보를 위해 이지원 시스템 사본 1부를 봉하마을에 설치했다는 이유로 고발됐다. 당시 실제로 고발한 주체는 국가기록원이 아닌 청와대인 것이 최근 조사에서 드러났다. 그만큼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기록물에 관해서는 매우 꼼꼼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에 대해서도 혐의가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한다. 만일 위법한 사실이 드러나면 이 전 대통령이 수사를 받는 혐의는 1개가 더 늘어난다. 이 대목에서 지난해 4월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로 전직 대통령이 구속기소될 때 혐의가 무려 18개에 달해 표를 작성했던 기억이 떠오른다(지금은 더 늘어 다시 사용해야 한다면 수정이 필요하다). 어딘가 보관된 그 파일을 불러오기 해야 하는 상황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저와 함께 일했던 고위 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는 없었다"면서 '정직'이란 가훈과는 정반대의 궤변을 늘어놓은 이 전 대통령께 묻고 싶다. 현재 수사가 정말 '역사 뒤집기와 보복 정치'라고 생각하는지.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리는 데 대해 참담함을 느낀다"는 발언만큼은 당신의 행적 때문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국가가 아닌 당신을 위해 헌신한 공직자들은 '짜맞추기식 수사'가 아니라 '정당한 수사'로 처벌받고, 처벌받을 것으로 확신한다. "나에게 물어라"고 했으니 아무런 변명 없이 영포빌딩 근처 서울중앙지검으로 오시길 바란다.
 
정해훈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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