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휴식있는 삶…한국사회 일상이 바뀐다

'OECD 최장 근로 오명도 벗는다'…전문가 "새 일자리 16만개 이상 창출 가능"

입력 : 2018-02-27 오후 6:58:39
[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과도한 노동시간으로 휴식 있는 삶을 갈망해온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어깨가 한층 가벼워질 전망이다.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합의하면서 '일과 생활의 균형' 실현을 위한 첫 단추가 꿰졌기 때문이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일주일을 7일로 명시하고, 주 근로시간은 최대 52시간임을 명확히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세계 두 번째 장시간 근로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국민에게 휴식 있는 삶을 돌려주고,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신규채용으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다.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핵심은 일주일 최장근로 가능 시간이 현재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었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 법정근로시간은 1989년과 2003년의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각각 주 44시간과 40시간으로 단축됐지만 현행법상 최대 68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하다. 노사가 합의한 경우 일주일에 12시간 연장근로 및 휴일근로가 가능한데, 일주일을 7일이 아닌 토요일과 일요일을 뺀 5일로 간주하면서 최장 주 68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토요일 8시간+일요일 8시간)까지 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일주일을 5일이 아닌 7일로 봤다. 일주일에 주말이 포함되면서 주당 최장 근로시간이 52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으로 적용된다.
 
근로시간 단축은 현정부의 국정과제와 맞닿아 있다. 문재인정부는 과도한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노동자에게 휴게시간을 돌려주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2022년까지 1800시간대 근로시간을 실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OECD 최장 근로 오명을 벗기 위해서다.
 
현재 우리나라의 2016년 기준 연간 근로시간은 2069시간으로 OECD평균인 1763시간에 비해 한 달 이상(306시간·38.25일) 더 일한다. 전체 취업자 기준 주당 근로시간은 39.7시간으로 OECD 주요국 중 멕시코, 코스타리카 다음으로 높다.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자영업자의 비중과 이들의 장시간 근로여건을 감안하더라도 열악하다. 황종률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2015년 기준 자영업자 비중을 보면 그리스 35.2%, 한국 25.9%, 이탈리아 24.7%"라며 "우리나라보다 자영업자 비중이 월등히 높은 그리스(39.0시간)에 비해 장시간 근무하고 있고, 비슷한 자영업자 비중을 가진 이탈리아(33.2시간)보다 월등히 높다"고 분석했다.
 
주 52시간 근무는 올 7월부터 적용된다. 다만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급격하게 단축했을 때 미치는 경제적 부담을 고려해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300인이상 기업 및 공공기관은 오는 7월17일부터, 50인 이상 299인 이하 기업은 2020년 1월1일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했다. 5인 이상 49인 이하 기업은 2021년 7월1일부터 적용된다. 단, 영세 중소기업의 경우 어려움을 감안해 3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2022년까지 한시적으로 노사합의를 통해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휴일근무수당의 지급 기준은 현행을 유지하기로 했다. 그간 산업계는 8시간 이하의 휴일근로에 대해 150%의 수당을 지급하고, 8시간 이상의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200%의 수당을 줬다.
 
이번 개정안에는 노동자들간 휴일의 양극화를 줄이기 위한 방안도 마련됐다. 노동자간 휴일을 공평하게 쓸 수 있도록 관공서 공휴일을 유급 휴일화 해 2022년 1월까지 단계적으로 적용해서 모든 민간기업 노동자들이 쉬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특례업종도 대폭 줄어들어 351만명의 근로자들이 '무제한 노동'에서 한 숨 돌리게 됐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법정 근로시간의 제한을 받지 않는 특례업종이 26개에서 5개로 줄어들면서 특례유지노동자가 기존 453만명에서 102만명으로 감소했다. 특례업종으로 남은 업종은 육상운송업,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운송서비스업, 보건업 등이다. 5개 업종은 오는 9월1일부터 최소 11시간의 연속 휴식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면 일자리 창출과 삶의 질이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근로시간이 단축되고, 특례업종이 대폭 줄어들면서 장시간 노동을 줄이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일자리 창출과 맞물리면서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측면에서도 주 52시간 근무는 중요한 요인"이라며 "특례업종이 5개로 축소되고, 달력의 빨간 날이 추가되면서 전체적으로 노동시장 일자리와 삶의 질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5인 미만 사업체와 특례 산업, 적용제외 산업에 속하는 회사를 빼고 나머지 기업에 주 52시간 상한제를 적용하면 새 일자리 13만~16만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특례업종을 제외한 분석인데 이번 개정안으로 5개 업종을 빼고 풀었기 때문에 고용창출 효과는 더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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