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 마포구에 사는 김모씨는 유기견을 불쌍히 여겨 집으로 데려와 키우다가 버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중성화 수술을 시키지 않고 키우다 보니 어느새 개들이 수십 마리가 됐다. 비교적 몸집이 큰 편인 풍산개에 진돗개까지 있어 관리도 어렵고 소음 민원까지 들어오자 김씨는 지난해에 개들을 유기했고 지난 1월에도 개 12마리를 한 상자에 담아 유기했다.
서울시가 주인이 지나치게 많은 동물을 기르다 저지르는 유기를 막기 위해 유기동물 예방 중성화 사업을 전국 최초로 실시한다.
서울시는 서울시수의사회 및 동물보호 시민단체 카라와 함께 애너멀 호더를 대상으로 한 유기동물 예방 중성화 사업을 마포구에서 본격 추진한다고 6일 밝혔다. 애니멀 호더는 1980년대 서양에서 생긴 용어로, 자신의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동물을 기르는 사육자를 뜻한다. 동물유기 위험군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서울시수의사회 마포구 분회는 자원봉사 수의사들이 이날 김씨가 기르고 있는 개 33마리에 대한 중성화를 포함해 건강 진단, 백신 접종, 동물등록을 실시한다. 지난 2월 개 3마리를 이미 중성화했으며, 나머지 개에 대해서도 보호자와 협의해 진행할 예정이다.
카라는 애니멀 호더를 설득해 중성화 수술을 받도록 하고 동물 입양을 연계해 수를 줄여 사육 관리가 가능토록 돕는다. 김씨에게 사육 동물 돌봄에 대한 상담과 등록을 지원하고 동물 유기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앞으로 동물보호 감시원을 통해 소유자가 적절한 동물 수를 유지하고 동물관리를 하는지 등을 꾸준히 점검한다.또 이번 사업 과정을 자세히 기록하고 근본 대책에 나설 계획이다. 일부 선진국은 동물 사육 마리 수를 제한하지만, 한국은 동물유기 위험군을 다루는 법적·제도적 대책이 없다.
서울시는 이번 사업으로 유기동물 방지와 공중보건 문제 해결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뉴욕시는 중성화 수술을 권장해 연간 유기동물 숫자를 1970년대 15만 마리에서 이르던 1990년대 5만 마리로 줄인 바 있다. 소음, 배변 냄새 방지와 백신 등 치료 제공은 보건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반려동물 중성화 수술이 유기동물을 줄이는 최선의 정책이라는 인식을 확산하겠다”며 “동물 소유자는 늘지만 동물유기 위험군에 대한 제도가 전무한 상황에서 국내 최초로 민·관, 전문가의 협업으로 해결한 사례를 제시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내 유기견. 사진/서울시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