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올해 국내 은행들이 디지털금융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저마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전통적인 오프라인 금융업무 프로세스를 비대면에서 더욱 빠르고 편리하게 구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민은행은 '마이웨이' 전략을 택했다. 기술 도입 및 서비스 출시 등 경쟁사와의 속도경쟁보다는 고객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뉴스토마토>는 7일 국민은행 디지털금융그룹 대표를 맡고 있는 한동환 상무를 만나 국민은행의 디지털금융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동환 국민은행 디지털금융그룹 대표는 모바일뱅킹 기술 또는 서비스 도입 경쟁보다는 고객들이 변화를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국민은행
"모바일뱅킹 이용 시 고객들이 은행 창구를 방문해 업무를 처리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UX(사용자경험)를 설계하려 합니다. 경쟁 은행보다 한발 앞서 기술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집착하기보다는 오직 고객 관점에서 생각하겠습니다."
한동환 국민은행 디지털금융그룹 대표(상무)는 7일 올해 고객중심적 디지털뱅킹을 추진해 기술 자체가 아닌 고객의 편의를 위한 디지털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965년 울산 출신인 한 대표는 2010년
KB금융(105560)지주 이사회 사무국장, 2015년 국민은행 전략기획부장을 거쳐 작년부터 국민은행 디지털금융그룹 대표를 맡고 있다.
한 대표가 디지털금융그룹을 이끌고 나서부터 줄곧 직원들에게 강조한 것은 '사람'이다. 은행 내에서도 기술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분야이지만 고객들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는 "모바일뱅킹 부문에서 가장 신경쓰고 있는 부분은 고객의 눈높이와 정서적 동질감"이라며 "어떠한 최신 기술도 고객의 편리한 금융생활을 돕지 못하면 가치가 없다. 직원들에게도 고객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한 대표가 작년에 집중한 것은 고객이 니즈에 따라 선택권을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접점을 운영하면서 각 접점마다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국민은행의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인 'KB스타뱅킹'을 개편한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메뉴를 쉽게 찾고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고객중심의 관점으로 전면 개편했다.
우선 국민은행은 앱 실행 시 나타나는 첫 화면에 마케팅 요소를 대폭 줄여 디자인적 요소를 강조해 고객들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또 로그인하지 않아도 곧장 잔액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계좌뷰' 기능과 공인인증서, 보안매체 입력 없이 송금이 가능한 '간편이체' 서비스도 선보였다.
한 대표는 "KB스타뱅킹 이용고객의 80~90%가 조회나 이체를 주로 이용하는 점에 착안해 이들 서비스를 선보였다"며 "이들 서비스에 대한 별도의 마케팅을 실시하지 않았는데도 사용 비중이 많이 늘었다. 고객들의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를 만들면 통하는구나 하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KB스타뱅킹은 작년 글로벌 데이터 분석업체 조사에서 실사용자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KB스타뱅킹뿐만 아니라 국민은행이 그동안 선보인 디지털금융 플랫폼 역시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고객 수 3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생활금융 플랫폼 '리브(Liiv)'는 고객이 은행 창구나 자동화기기(ATM)에서 휴대폰으로 출금한 현금이 약 9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31년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KB시세와 금융서비스를 결합해 매물검색부터 대출까지 원스톱으로 거래할 수 있는 'KB부동산 리브온(Liiv ON)'도 새롭게 론칭했다.
한 대표는 올해 펀드와 대출 부문에서의 개편을 비롯해 기업금융의 디지털화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작년 모바일뱅킹 개편 키워드가 조회와 이체였다면 올해에는 펀드와 대출을 기존보다 간편하게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대출 한도와 금리뿐만 아니라 고객이 별다른 어려움 없이 모바일을 통해 완벽하게 펀드 가입, 대출 신청 등을 처리할 수 있도록 개편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집중해왔던 개인고객 중심의 디지털금융 서비스를 넘어 기업금융 디지털화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라며 "작년 하반기부터 기업디지털사업부를 신설해 개선이 필요한 기업금융 프로세스와 기업고객에게 유용한 서비스들이 무엇인지 분석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기업금융 디지털 혁신을 이뤄내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국민은행은 우선 비대면 금융의 기본인 기업뱅킹 서비스를 개편할 예정이다. 개인고객과 구별되는 기업고객의 니즈와 특성을 분석해 기업 인터넷·모바일뱅킹 서비스의 이용 편의성을 높이고 기업 유형별 맞춤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또 기업고객의 편리한 자금관리를 위해 기업뱅킹 기반의 국내 및 글로벌 CMS 신상품을 개발하고 효율적인 자금관리를 지원하기 위해 자금 집금, 이체 및 보고서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한 대표가 가장 신경쓰고 있는 부분은 모바일뱅킹 UX 혁신이다. 모바일뱅킹은 고객이 은행 창구를 방문했을 때와는 다르게 직접 업무를 처리해야 하지만 마치 은행 직원이 옆에서 도와주는 것처럼 쉽고 간편하게 프로세스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그는 "영업점에서는 고객이 직원의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있지만 모바일뱅킹에서는 고객이 직접 처리해야 한다. 궁금한 점이 있어도 도움을 받기 쉽지 않아 고객 입장에서는 불편하다"며 "모든 은행들이 모바일뱅킹을 통해 고객이 쉽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도 고객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게 사실이다. 은행 직원이 옆에서 도와주는 것처럼 프로세스를 설계해 고객이 어려움 없이 쉽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개편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국민은행 디지털금융그룹은 고객들이 모바일뱅킹을 통해 원하는 금융업무를 얼마 만에 처리하는지 체크하고 있다. 고객의 업무처리 시간을 줄이는 물리적인 의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간편하고 편리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한 대표는 "고객이 '은행 직원을 모바일에 배치했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UX를 설계하려 한다"며 "국민은행의 모바일뱅킹 프로세스가 편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 대표는 "디지털금융의 중요성에 대해 모든 경영진이 공감하고 있고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지만 그 전제가 되는 키워드는 언제나 고객"이라며 "이제 국민은행이 경쟁사보다 한발 빨리 했다는 것에는 집착하지 않으려 한다. 오로지 고객만 보겠다는 생각으로 일하겠다"고 강조했다.
허인 국민은행장(앞줄 오른쪽 둘째)과 한동환 국민은행 디지털금융그룹 대표(상무·둘째줄 왼쪽 셋째)가 7일 열린 'KB디지털 고객자문단' 발대식에서 고객자문단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민은행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