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법안 발의에 포털업계·학계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

20일 국회 '가짜뉴스 혐오·차별표현 댓글조작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개최

입력 : 2018-03-20 오후 3:32:03
[뉴스토마토 정문경 기자] 가짜뉴스와 포털 댓글 조작에 대해 강력히 처벌하는 내용의 법안 발의 움직임에 국내 포털사와 학계 관계자들은 이 법안이 시민들의 상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공론장인 댓글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가짜뉴스 유통에 한몫하는 해외 플랫폼의 예를 들며 규제 실효성 및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짜뉴스 혐오·차별표현 댓글조작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주최자인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가짜뉴스, 댓글 조작과 그 안에서 혐오, 차별 표현을 없애기 위해 포털 등 사업자가 책임성을 강화해야한다"며 사업자 책임성을 강화한 '가짜정보 유통방지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짜뉴스 혐오.차별표현 댓글조작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개최됐다. 사진/김동현 기자
 
가짜정보 유통방지에 관한 법률안은 정보통신서비스 이용자가 가짜뉴스를 신고하면 사업자는 명백히 위법한 콘텐츠에 대해 접수한 후 24시간 이내에 삭제하거나 차단하는 작업을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이용자가 차단 삭제 요청한 내용, 횟수, 처리기준, 검토결과, 처리결과, 처리 소요시간, 가짜뉴스 처리 업무 담당자 인원과 구성, 가짜뉴스 업무담당자의 교육 여부와 지원 사항 등을 보고하도록 했다. 사업자가 투명성 보고서를 적시에 제출하지 않거나 허위로 작성하거나 사업자가 가짜뉴스를 처리하기 위한 담당자를 두지 않을 경우에는 과징금을 물도록 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포털사는 이 법안을 진행하면 사업자가 조치 의무를 시행하면서 사전 조치, 검열을 하게 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이병선 카카오 대외협력담당 부사장은 "사업자 책임강화입법이 나왔다는 것은 사업자로서는 그것을 지키기 위해 문제가 되는 것을 찾아서 삭제하고, 지우는 등 사전조치를 취하게 되면서 그야말로 권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며 "이것은 사전 검열이라는 우려를 낳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대응방안의 방향은 성급한 법제화보다는 자율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유봉석 네이버 전무이사는 "댓글 공간의 핵심 가치는 다양성이지만, 악의적 목적을 둔 사용자가 많아지면 품질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며 "다만 댓글은 가장 많은 시민참여를 끌어내는 상시적 수단인 만큼 이 공간을 포기하거나 평가절하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짜뉴스 확산을 막는 사후 기술적·정책적 규제도 중요하지만 이용자 스스로 사안을 비교·분석해 판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며 "다만, ISP사업자로서 욕성, 명예훼손 등 최소한의 누가봐도 명백한 내용은 조치해야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포털사는 또한 가짜뉴스의 유통이 더 활발한 동영상, SNS 서비스를 운영하는 해외플랫폼과도 관련 논의가 이뤄져야한다는 입장이다. 이 부사장은 "네이버나 다음에서 가짜뉴스 유통은 굉장히 제한적"이라며 "모든 뉴스가 제휴를 통해 공급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영상(UCC) 영역에서 매체를 가장해 가짜뉴스 유통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이 때문에 해외플랫폼인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과 논의를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학계 관계자는 여당이 준비 중인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음을 지적했다. 송경재 경희대학교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주의 가치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 사회적 합의 없는 일방 규제정책은 과잉규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문경 기자 hm082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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