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LG전자가 미래 유망사업에는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사업성이 떨어지는 영역은 과감히 정리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이나 태양광 등 소위 '되는 사업'에 자원을 집중해 경영 효율화를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1월 열린 LG전자 시무식에서 조성진 부회장이 신년사를 하고 있다.사진/LG전자
21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미국에 전기차용 부품공장 'LGEVU' 법인과 태양광 발전사업 투자업체 'LG전자 EUS파워' 법인을 신규 설립했다. 또 미국의 태양광 발전 사업을 운영하는 CCP-LGE 오너 지분 70.2%를 117억원에, 독일의 사물인터넷(IoT) 업체 키위그리드 지분 17.6%를 130억원에 인수했다.
국내 퍼스널 로봇 제조 및 판매 업체인 로보티즈의 지분 10.1%도 90억원에 사들였다. 오스트리아의 자동차 부품 회사인 ZKW의 인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꼽는 자동차 부품과 태양광, 로봇 등의 영역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불필요한 조직은 과감히 정리됐다. 지난해 LG전자는 브라질의 유통·서비스 법인인 'LG Armagem Geral'을 계열사에서 제외했다. 그간 담당했던 업무는 LG전자 브라질 주요 법인 'LGEBR'로 이관했다. 러시아 법인(LGERI)도 청산했으며 루마니아 법인(LGERO)은 헝가리 법인(GEMK)에 합병했다.
14년만에 사업부 매각도 진행됐다. 지난해 5월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 내 셋톱박스 제품 사업을 프랑스 영상업체 테크니컬러에 넘긴 것이다. 스마트폰 등 다양한 휴대기기를 통해 동영상을 시청하는 추세가 늘면서 셋톱박스 시장이 위축된데 따른 결정이다. 사업포트폴리오 측면에 사업 중요도가 높지 않았다는 면도 작용했다.
업계에서는 LG전자의 이 같은 움직임이 조성진 부회장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결과로 평가하고 있다.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 사업본부장 시절 추진했던 경영효율화 작업을 최고경영자(CEO) 취임 후 전사적으로 확대했다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 전략은 지난해 사상 첫 연 매출 60조원을 돌파하는 등 성공적인 CEO 취임 1년을 보내고 난 후의 포부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 1월 조성진 부회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에는 수익에 기반한 건전한 성장을 가속화하고 미래 사업도 착실히 준비했다"며 "올해는 수익성 기반의 성장을 지속하고 B2B 사업을 주력사업 수준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LG전자는 수익성 기반의 성장 지속을 위해 'LG 시그니처'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로 안정적 수익을 유지하고 인공지능 기술과 접목한 융복합 제품들을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해 말 조직개편으로 신설한 B2B사업본부를 고객 밀착형 조직으로 전진 배치해 수주 기회를 대폭 늘리고자 한다. 제품 경쟁력을 지속 강화해 프리미엄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방침이다.
아울러 인수합병(M&A)에 대한 소극적 태도 변화 여부에도 관심이 높다. 지주회사인 LG그룹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해 계열사 M&A를 지원할 수 있다는 점도 기대를 높이는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수의 사례로 경영 기조가 바뀌었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앞으로의 모습이 주목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