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삼성물산 정기 주주총회에서 합병에 대한 주주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사 선임 등 상정 안건은 원안대로 통과됐지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결의한 이사들의 재선임 안건에 대해 앞서 국민연금부터 주주들의 반대 목소리가 이어지며 마찰이 있었다.
삼성물산은 22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최치훈 대표의 사내이사(이사회 의장) 선임 안건 등을 통과시켰다. 이영호 건설부문장과 고정석 상사부분장, 정금용 리조트부분장도 원안대로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또 이현수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와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필립 코쉐 전 GE CPO(최고생산성책임자)가 사외이사에 올랐다. 윤 교수는 감사위원까지 겸한다. 필립 코쉐는 회사측이 이사회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영입한 외국인 이사다. 다만, 최 의장이 과거 GE에 몸담았던 인연으로 영입에 관여했던 것이 알려져 독립성 측면에 잡음이 없지 않았다. 주총에선 그러나 과반 이상의 주주가 출석해 의결정족수가 충족됐고 전체 주식 수 4분의 1 이상의 찬성으로 안건 통과에는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전날 국민연금은 일부 이사들에 대한 재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놨었다. 국민연금 주식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는 삼성물산과 제일기획 합병 계획 승인을 의결한 이사회 구성원(이현수, 윤창현, 최치훈, 이영호)에 대한 이사 재선임에 반대했다.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이사의 선관주의 의무 수행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이 5.57%에 불과해 안건 통과를 막지는 못했다. 삼성물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지분 39.08%를 보유해 지배력이 굳건하다. KCC가 가진 8.97%도 우호지분으로 평가된다. 그밖에 우리사주 보유분이 1.08%다.
그럼에도 이날 주총장은 일사천리였던 다른 주총 때와 달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소액주주들이 비판의 목청을 높였다. 25년간 삼성물산 주식을 보유했다는 한 일반주주는 “이재용 부회장이 먹을거리가 없으니 삼성물산이 먹을거리가 된 것”이라며 당시 합병을 주도했던 임원들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 주주는 특히 “나도 의류 사업을 10년 이상 했는데 패션 및 의류 사업은 남는 게 없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주주와 삼성물산이 아닌 제일모직과 이 부회장을 위한 합병이었다”고 비판했다.
다른 개인주주도 “합병 당시 2020년까지 매출 6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지난해 매출은 50% 수준인 30조원에 불과했다. 글로벌 회사가 현실성 없는 매출 설정을 하면서 주주를 상대로 사기를 친 것 아니냐”며 “그렇게 말씀했던 회사 책임자들은 다 그만두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일반주주는 “합병 당시 삼성 계열사 5곳에서 합병을 찬성해 달라며 전화가 왔다”며 “나는 삼성물산 주주인데 삼성카드나 증권 쪽 관계자들이 내 개인 정보를 어떻게 알고 전화를 했는지 궁금하다”며 개인정보가 전혀 보호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주주는 이어 “오늘 실적이 전년보다 좋았다고 말을 하는데 경영진의 평가보다 주주들과 주식가치로 평가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최 의장은 "당시 합병 비율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시장 주가 기준으로 적정하게 산정됐다"며 "매출은 최근 글로벌 유가 급락에 따른 건설시장 침체와 중국 경제제재, 각국 보호무역 확산 등으로 여건이 악화된 측면이 있지만 향후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지속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가 22일 서울 양재aT센터에서 열린 제54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물산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