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문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6일 발의할 개헌안은 선거의 비례성 원칙을 명시하는 내용을 담았고, 선거 연령은 18세로 낮췄다. 청와대는 이와 같은 ‘선거제도 개혁’ 방안을 포함한 개헌안을 22일 발표했다.
개헌안은 제44조 제3항에 ‘국회의원 선거의 비례성 원칙’을 명시했다. 선거구 등 국회의원 선거에 관한 사항은 현행 헌법과 같이 법률로 정하도록 하되, ‘국회의 의석은 투표자의 의사에 비례해 배분해야 한다’는 선거의 비례성 원칙을 규정했다. 현재의 지역구 국회의원 선출 방식인 소선거구 다수대표제는 많은 사표를 발생시켜 국회의 국민 대표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에 따른 조치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현재의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방식은 과다한 사표를 발생시키고, 정당득표와 의석비율의 불일치로 유권자의 표심을 왜곡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대 총선의 경우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합산득표율은 65% 정도였지만, 두 당의 의석 점유율은 80%가 넘었다”면서 “국민의당과 정의당의 합산득표율은 28% 정도였지만, 두 당의 의석 점유율은 15%가 채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한 표, 한 표가 국회 구성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며 “향후 국회에서 국민의 정치적 의사가 국회 구성에 온전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선거법을 개정해 주실 것을 희망한다”고 주문했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그에 맞춰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 2020년 치러지는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부터 적용할 수 있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선거제도 개편안 중에는 국회의원 선거에 정당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 비율을 일치시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대표적이다. 비례대표 의원에 대한 정수 확대는 물론 지역구 낙선자 중 득표율이 높은 후보자를 비례대표로 당선시키는 석패율제 도입과 중대선거구제 등의 논의도 가능해진다.
개헌안은 또 선거연령을 18세로 하향해 청소년의 선거권이 헌법으로 보장받도록 했다. 이들의 삶과 직결된 교육·노동 등의 영역에서 자신의 의사를 공적으로 표현하고 반영할 계기를 마련했다는 취지다. 청와대는 “기본권 보장의 범위가 입법재량 행사에 따라 축소될 수 있는 문제가 있으므로 선거권, 공무담임권 및 청원권이 보장됨을 명시하되 그 구체적인 사항을 법률로 정하도록 변경함으로써 해당 기본권 보장이 강화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의 참정권의 핵심에 해당하는 사항인 바, OECD 34개국의 선거연령, 7차례의 선거연령 인하에 관한 헌법소원, 국가인권위원회의 선거연령 규정에 관한 검토 결정 등을 종합해 18세 이상의 모든 국민은 선거권을 가진다고 명시함으로써 국민의 선거 주권을 강화한다”고 강조했다.
조 수석은 “미국은 이미 1971년부터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췄다”며 “현행법상 18세는 자신의 의사대로 취업과 결혼을 할 수 있고, 8급 이하의 공무원이 될 수 있으며, 병역과 납세의무도 지는 나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청소년은 멀리 광주학생운동부터 4·19혁명, 부마항쟁, 그리고 촛불시민혁명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그들의 정치적 역량과 참여의식은 역사의 물줄기를 바꿨다. 선거연령 하향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의 요구”라고 덧붙였다.
한편 개헌안 부칙 제1조제1항에 따라 이 헌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하지만, 법률의 제정 또는 개정 없이 실현할 수 없는 규정은 그 법률이 시행되는 때부터 시행한다. 제1조제1항에도 불구하고 이 헌법을 시행하기 위해 필요한 법률의 제정, 개정, 그 밖에 이 헌법의 시행에 필요한 준비는 이 헌법 시행 전에 할 수 있다.
개헌안은 또 제안 당시 대통령의 임기는 2022년 5월 9일까지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와 함께 오는 6월 13일에 실시하는 선거와 그 보궐선거 등으로 선출된 지방의회 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 임기는 2022년 3월 31일까지로 하기로 했고, 지방의회 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 후임자에 관한 선거는 부칙 제3조에 따라 임기 만료로 실시하는 대통령 선거와 동시에 하기로 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22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전용기 탑승 전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오는 28일까지 베트남과 아랍에미리트(UAE)를 각각 방문한다. 사진/뉴시스
조문식 기자 journalma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