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용으로 산 회칼로 경찰 위협…폭처법 적용 안돼"

대법, 유죄 인정한 원심 파기…"범죄 목적 휴대 증거 없어"

입력 : 2018-03-25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안전벨트 미착용으로 적발된 운전자가 선처를 부탁했다가 거절 당하자 가지고 있던 회칼로 위협한 경우, 애초부터 범죄 목적으로 회칼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면 운전자에게 가중처벌 조항이 있는 폭력행위처벌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특수공무집행방해·폭력행위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한 뒤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파기환송했다고 25일 밝혔다.
 
대법은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소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폭력행위처벌법에 규정된 범죄에 공용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며 "공소사실 증명책임이 있는 검사의 공소사실을 보면 '폭력행위에 공용될 우려가 있다'고만 기재돼 있을 뿐 피고인이 폭력행위처벌법 중 어떠한 범죄에 사용할 의도로 회칼 등을 휴대했는지에 관해 기재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당시 회칼 등을 소지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그 소지 경위에 관하여 피고인은 가정환경 등을 비관한 나머지 자살을 하기 위해 산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을 뿐이고 구체적으로 폭력행위처벌법 중 어떠한 범죄에 사용할 의도로 회칼 등을 소지했는지는 아무런 진술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에게 폭력행위처벌법에 규정된 범죄를 실제로 범할 의도가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폭력행위처벌법에 규정된 범죄에 공용될 우려가 있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했음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고씨는 지난해 6월 후배 승용차 조수석에서 탄 상태에서 경남 진주시 모 도로를 지나가다가 안전벨트 미착용으로 경찰관인 피해자 최모씨의 단속에 걸렸다. 고씨는 최씨에게 '한 번 눈 감아 달라'고 부탁했다가 거절당하자 휴대하고 있던 회칼을 겨누며 위협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피고인이 흉기인 회칼로 교통단속에 종사하는 의무경찰들을 협박한 것으로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볼 때 원심이 선고한 형이 무겁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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