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세계 1,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으로 한국의 대중수출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온도차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요 증가로 거침없이 질주 중인 반도체의 피해는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된 반면, 경쟁 심화로 고전 중인 디스플레이 업계에는 또 하나의 고민거리가 될 전망이다.
26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이행돼 미국의 대중국 수입이 10% 감소할 경우,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282억6000만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지난해 기준 대중국 수출액 1421억2000만달러의 19.9%로 전체 수출금액(5736억9000만달러)의 4.9%에 해당하는 규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중국을 향한 500억달러 규모의 관세 부과 및 투자 제한 방침을 밝힌 뒤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사진/뉴시스
앞서 지난 2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연간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향후 보름간 의견 수렴을 거친 뒤 관세 부과 대상 최종 품목을 결정할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명령의 타겟은 중국의 IT산업이란게 업계의 중론이다. 때문에 관세가 부과되는 중국 수입품의 상당 부분이 하이테크 제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고부가가치 산업의 고도 성장 중심에 있는 반도체·전자 산업이 경쟁력을 키워가면서 미국의 견제 대상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는 당연히 한국 IT 업계에도 부담이다. 한국의 대중 수출 중 중간재인 부품·부분품 수출이 45%에 이르기 때문이다. 컴퓨터, 휴대전화, 가전 등 중국이 만들어 수출하는 전자제품의 가공무역 비중은 70%를 상회한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악화될 경우 간접적 피해가 불가피한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서도 전기장비(-21.8%), IT(-21.5%), 자동차(-19.7%) 등이 상대적으로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주요 수출 품목 1~2위를 차지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미치는 영향은 온도차가 있을 전망이다. 이날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이 낸 '트럼프 무역분쟁 격화, 피해야 할 업종은?' 보고서를 보면 디스플레이는 업황이나 실적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다. 중국 가전제품의 대미 수출 증가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 물량 감소가 현실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반도체는 실질적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산업의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의 반도체가 탑재된 IT 기기나 스마트폰은 대부분 중국 내수로 소비된다. 미중 통상분쟁의 여파에서 한 발 빗겨나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상반된 수출 동향 등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의 엇갈린 현실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91억5000만달러로 6개월 연속 90억달러대를 돌파했다.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의 고른 호조에 힘입어 40.8%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디스플레이 패널 수출은 18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20% 급감했다. LCD 패널 경쟁 심화와 OLED 하락세 전환 등의 영향으로,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서 37.3%가 줄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1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14조원, SK하이닉스는 4조50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90% 가량 위축됐을 것으로 제시됐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