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 쉰들러 반대에 주총 안건 부결…갈등 재현

이사 책임 감경 특별 안건 부결…2011년부터 이어진 악연

입력 : 2018-03-26 오후 6:05:06
[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현대엘리베이터가 정기주주총회에서 2대 주주 '쉰들러'와 다시 한번 맞붙었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 정기주총 안건 10개 가운데 9개에 반대 의사를 냈다. 이 중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 감경 조항' 안건은 쉰들러의 반대로 부결됐다. 현대엘리베이터와 쉰들러 간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6일 경기도 이천시 본사에서 제34기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날 주총에서는 회사의 재무제표 승인을 비롯해 장병우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재선임 등 모두 10개 안건이 상정됐다. 하지만 현대엘리베이터 2대 주주인 쉰들러가 9개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했고, 그 중 제2-2호 안건인 '이사의 책임 감경 조항' 신설이 부결됐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전문경영인의 적극적인 기업 경영을 유도하기 위해 이 조항 신설을 추진했다.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경우 연대 배상토록 하는 상법 제399조에 대해 이사의 책임 범위를 최근 1년간 보수액의 6배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현대엘리베이터·쉰들러 소송 일지
 
이 안건은 이날 정기 주총에 상정된 10개 안건 가운데 특별결의 사항으로, 참석한 주주의 주식 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그러나 이날 쉰들러가 반대표를 행사하면서 40.07%의 반대로 최종 부결됐다. 이 안건을 제외한 장병우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재선임 등 9개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현대엘리베이터와 쉰들러의 악연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국적 기업 쉰들러는 세계 2위 시장 점유율을 가진 엘리베이터회사다. 지난 2003년 한국 시장에 진출했고, 2006년부터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인수했다. 현재 현대엘리베이터 전체 지분의 17.1%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현정은 현대 회장 등 특수관계자는 26.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쉰들러가 지난 2011년 말 현대엘리베이터에 회계장부 열람 소송을 제기하면서 악연은 시작됐다. 당시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 주식을 이용해 파생상품 계약을 맺어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운업 불황에 자금난을 겪고 있는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등의 문제를 두고도 양사는 대립각을 세웠다. 
 
쉰들러는 지난 2016년부터 현대엘리베이터 주요 안건에 반대 의견을 냈다. 올해 정기 주총을 앞두고도 지난 23일 장병우 사장에게 서한을 보내 10개 안건 가운데 '감사위원회 직무에 관한 정관 개정안'을 제외한 나머지 안건을 반대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바 있다. 아울러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 방침과 관련해 30여건에 달하는 질문에 답변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쉰들러가 앞서 예고했던 것처럼 주총에서도 반대 의사를 표시했고, 회사에서는 쉰들러의 질의 사항에 대해 관련 자료를 추후 서면으로 답변하기로 했다"며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를 인수합병하고 싶은 의사가 있었으나, 여의치 않자 소송을 내기도 했고 주총에서는 모든 안건에 반대하거나 기권하는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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