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총수 부재 위기의 CJ그룹을 비상경영체제로 4년간 이끌었던 이채욱 부회장이 27일 주주총회를 마지막으로 경영 일선에서 퇴진했다. 스스로를 '행운아'였다고 자처한 그는 이재현 CJ 회장에 대한 고마움과 원활한 기업 활동에 대한 뒷받침 등을 마지막 소회로 남겼다.
이채욱 CJ 부회장이 27일 정기 주주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양기자
이날 서울 중구 필동 CJ인재원에서 열린 제65기 정기주주총회 직후 이 부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앞만 보고 달려왔던 나이의 세대인 나는 행운아였다"며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이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잘 돼야 좋은 것 아니겠느냐"며 기업 활동에 많은 지원을 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어 "많은 젊은이들이 용기와 꿈을 갖고 도전했으면 좋겠다"며 청년 세대에 대한 조언도 덧붙였다.
그를 CJ그룹으로 이끈 이재현 회장에 대해서는 "지난 5년간 많은 은덕을 입었다"며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게 해준 것도 감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영을 너무 잘하시는 분인데 그간 건강때문에 공백이 있었다"며 "이제는 회복을 했으니 그레이트 CJ를 향해 잘 해주시리라 믿는다"고도 언급했다.
이 회장은 최근 이 부회장의 퇴진 의사를 받아들였다. 이 부회장은 2~3년 전부터 건강 악화를 이유로 수 차례 사퇴 의사를 표했지만, 이 회장의 부재 상황에서 그룹 경영진들이 만류해 무산됐다. 지난해 5월 이재현 회장의 복귀로 CJ그룹의 경영정상화가 이뤄지면서 다시 한번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고, 5년만에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CJ그룹은 이 부회장의 공로를 예우키로 했다.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나지만 부회장 직함을 계속 유지토록 했다. 해외에서 요양 중이었던 이 부회장 역시 이사회 의장으로서 명예롭게 경영활동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하며 잠시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출신의 '샐러리맨 신화'로도 불렸던 이채욱 부회장은 지난 2013년 4월 CJ대한통운 대표로 선임되며 CJ그룹과 연을 맺었다. 이재현 회장이 직접 영입한 그는 오너 일가 외에 전문경영인으로서는 처음 CJ그룹의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같은해 8월 이재현 회장이 구속 수감된 후에는 지주사인 CJ로 이동해 손경식 회장, 이미경 부회장 등과 함께 그룹 경영을 이끌었다.
한편 이날 CJ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에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재선임하고, 김홍기 CJ 인사총괄 총괄부사장, 최은석 CJ 경영전략총괄 부사장을 신규 선임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