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최근 정부의 강력한 리베이트 규제정책으로 제약사들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전문의약품 시장이 한계에 봉착하자 제약사들은 지난해에만 약 10% 가량 광고선전비를 늘리는 등 출혈 마케팅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하지만 30년 전통의 조아제약은 다른 제약사들과는 조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 가운데 일반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하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비용 증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매스마케팅(mass marketing)보다는 조아제약의 약품을 원하는 사람들을 공략하는 타깃 마케팅에 중점을 두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자신감은 오랜 기간 공을 들여 특화시킨 스포츠마케팅 분야, 소비자와 약사들의 즉각적인 피드백을 들을 수 있는 약국 체인 자회사 '메디팜' 등에 기인하고 있다. 지난 1988년 창립해 130여종에 이르는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영위하는 조아제약의 마케팅을 담당하는 고정관 팀장을 만나 조아제약의 스포츠마케팅 전략과 장기적 목표 등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 정부의 강력한 리베이트 규제정책이 이어지면서 전문의약품 시장에 한계를 느낀 기업들이 지난해 일반의약품 부문 광고 선전비를 전년비 10% 가량 늘렸다. 일반의약품 비중이 높은 조아제약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조아제약의 경우 높은 일반의약품 비중에도 전체 영업비용 중 광고마케팅비 비중이 높지는 않다. 마케팅 비용을 활용하는 전략 자체가 불특정 다수에게 제품을 노출시키는 전략 보다는, 필요한 사람에게 접근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입소문 마케팅 위주다. 돈을 많이 쓰지 않으면서도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기법을 사용하려고 노력 중이다.
입소문 마케팅이라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지난 1993년 한국메디팜을 설립 투자해 프랜차이즈 약국 메디팜을 통한 차별화된 유통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약 2만2000개로 추산되는 전국 약국 대부분은 의약품 유통 과정에서 도매상 등을 끼고 거래하지만 메디팜의 경우 조아제약과 직거래하는 구조다. 전국 14개소 영업소에 100여명에 불과한 영업사원들이 직거래 약국을 방문해 약사와 소비자들이 약사에게 전달한 의견을 즉각 수렴해 의약품을 공급한다.
소비자가 필요로 하지만 조아제약 라인업에 없는 의약품의 경우 빠르게 제작해 투입될 수 있도록 현장과의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업사원들이 약사로부터 "소비자들이 어떤 의약품을 찾는다" 혹은 "이런 의약품을 원한다" 등의 내용을 본사에 전달하면 즉각 개발하는 구조다.
일반의약품 특성상 개발에서 출시까지 이어지는 속도는 빠른 편이다. 130여개에 달하는 일반의약품 수도 이같은 구조 속에 완성됐고 지난해 역시 거의 매달 1종의 신제품이 출시됐다. 전문의약품이 분명 제약사의 중장기적 경쟁력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만 조아제약은 설립 이후 일반의약품과 건기식에 주력해왔고, 이런 특화전략을 나온 결과물 중 하나가 메디팜이다.
고 팀장은 "제약사들의 전반적 광고선전비 증가 속 조아제약은 특화 유통망인 메디팜을 활용한 입소문 마케팅과 스포츠마케팅 주력을 통한 이미지 제고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사진/정기종 기자
메디팜을 통해 소비자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전달되겠지만 입소문 마케팅만의 한계는 분명하다.
물론이다. 때문에 대외적으로 제약사 이미지 제고와 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스포츠마케팅을 낙점하고 오랜 시간 공을 들여왔다. 누구나 건강을 지키고자 하는 열망이 강하다. 그런데 스포츠는 건강한 신체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일반인들이 즐기는 생활 스포츠 역시 건강에 대한 열망에서 시작된다. 제약사는 의약품을 개발해서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하는 만큼 이런 부분에 대한 공통된 키워드가 마케팅 도구로서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해 착안했다.
진행 중인 주요 스포츠마케팅은 어떤 것들이 있나.
가장 대표적인 것은 10년동안 진행해온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이다. 매월 프로야구 MPV 선수를 선정하고 연말에는 연간 대상 시상식 등을 진행한다. 복싱의 경우 지난 2007년 아시아복싱선수권 대회 제품 후원을 시작으로 유망선수 후원, 조아제약배 전국 복싱대회 개최, 런던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단 제품 지원 등이 있다. 지난 2014년 부터는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인기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 중이다. 신체를 활용한 스포츠에 그치지 않고 두뇌스포츠 분야도 무게를 싣고 있다. 지난해 7월 한국기원 소속 바둑기사들에게 제품후원을 시작했고, 올해 '한국기억력대회'는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한다.
스포츠마케팅의 경우 다른 제약사를 비롯한 수많은 기업들이 이미 사용 중이다.
스포츠 지원을 통해 단순히 후원하고 판매목적을 달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공헌적인 역할, 즉 CSR의 영역으로 확대하고자 한다. 프로야구 대상만해도 월간 MVP로 선정된 선가 선정한 모교의 선수 한명에게 '야구에게 희망을'라는 이름으로 후원금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지난해부터 도입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MVP 선수가 후원선수를 멘토링하는 시간도 마련 중이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비영리단체 ‘헐크파운데이션’을 통해 국내 야구 취약지역 어린이 야구단 후원하고 있는 이만수 대표(SK와이번스 전 감독)의 뜻에 동참하기 위해 협력 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 이미 라오스 최초의 야구단 '라오J브라더스' 구단주인 이 대표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제품 후원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같은 CSR 영역 확대 차원에서 탄생한 것 중 하나가 올해로 6년차를 맞은 장애아동 멘토링 '프로젝트A'다. 프로젝트 주관단체인 잠실창작스튜디오를 비롯해 현직 팝아티스트들이 자발적 재능기부 형식으로 참여하고 조아제약이 금전적 후원을 하는 방식이다. 4월 전국 장애아동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시작해 결과물이 9월에 만들어지면 10월 서울시청사 내에 있는 전시공간(시민청)을 통해 전시회를 연다.
또 단순 후원에만 그치지 않고 전시된 아동들의 작품이 실생활에 사용될 수 있도록 지난 2014년부터 조아제약 의약품 배송박스 디자인에 적용하고 있다. 금액적 후원뿐만 아니라 재능 있는 아동들의 작품에 가치를 부여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기업으로서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활용해 단순히 회사만 이득을 보는 구조가 아니라 CSR 활동과 연계해 지속 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목표다.
10여년간 이어진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은 조아제약의 대표적 스포츠마케팅이다. 최근에는 단순 시상에 그치지 않고 MVP로 선정된 선수가 지정한 모교 유망주를 후원하는 CSR로 확대 시행 중이다. 사진/조아제약
스포츠마케팅 외에 향후 접목시켜보고자 하는 기법이 있다면.
다소 전문영역인 제약사로서 좀더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간접광고(PPL)을 연구 중이다. 지난 2012년 개봉한 영화 '연가시'에 등장한 조아제약의 구충제 '윈다졸'이 대표적인 예다. 영화 속에 윈다졸이 구충제로 나오진 않았지만 바이러스 감염으로 대한민국 초토화 되는 가운데 인류를 구원할 치료제 윈다졸의 제품명이 그대로 사용됐다. 당시 영화로 인한 인기도 급상승하면서 일시적 완판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최근에는 예능 트렌드인 관찰예능 등에 제품이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