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지난 10여년 동안 고속 성장해온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기에 진입했다. 수 백개에 달하던 업체들은 자금난으로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올해가 화웨이, 비보, 오포, 샤오미 등 '빅4'로 시장 구조가 재편되는 원년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잇따른다.
1일 중국경제망 등 중국 주요 매체에 따르면 최근 스마트폰 제조업체 지오니는 광둥성 둥관시에 위치한 생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직원들에게는 이달 말까지 노동계약을 해지할 것을 요청했다. 지오니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이미 둥관시 노동국과 협의과 된 내용"이라며 "직원들에 대한 경제적 보상은 노동계약법에 따라 지불될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지오니의 이 같은 행위가 자금난 때문일 것으로 보고 있다. 지오니의 자금 문제는 지난해부터 불거졌으며 올 1월에는 선전과 상하이 등지의 부품 공급업체들로부터 피소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에 법원은 류리룽 회장의 자산 동결을 명령했다.
지오니의 몰락은 대다수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겪고 있는 전형이다. 피처폰 시장에서 재미를 봤던 지오니는 2012년 뒤늦게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했다. 시장은 여전히 100%가 넘는 성장세를 구가 중이었지만, 수 백개의 업체가 난립한 탓에 성장률은 둔화되기 시작한 후다. 젊은 층을 대상으로 가성비가 높은 제품을 판매하는 전략도 다른 업체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자 마케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인도, 아프리카 등 해외를 돌파구로 삼는 노력도 했다. 지난해 말 기준 지오니는 3000만대의 출하량으로 중국 스마트폰 시장 7위에 올랐다. 그러나 무분별한 투자는 곧 부메랑이 됐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4억5900만대로, 전년비 4% 줄었다. 2009년 이후 첫 감소세다. 스마트폰 교체주기가 늘어나고 가격보다는 제품 품질이나 이용자 경험 등을 중시하는 소비자의 취향 변화가 시장의 위축을 불러왔다. 500개에 달하는 업체들의 공존이 어려운 환경이 됐다. 군소 업체들은 물론 지오니, 메이주, 쿨패드, 러스 등 한때 10위권 내에 들었던 기업들까지 줄도산을 걱정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화웨이,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이른바 '화미OV'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데 의견이 모아진다. 위청둥 화웨이 컨슈머비즈니스그룹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월 열린 MWC2018에서 "향후 스마트폰 시장은 3~4개 업체만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 단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장점유율이 10% 미만인 곳은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고, 소규모 업체들의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미OV'의 점유율은 약 83%다. 애플과 삼성전자가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나머지 업체들이 7%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판매 둔화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기업들은 제품 가격을 올려 대응 중이다. 현재 중국 시장에서 1000위안(약 17만원) 미만 제품은 샤오미의 '홍미' 시리즈를 제외하고는 거의 종적을 감췄다. 이 같은 추세라면 2000위안 대로 가격이 올라가는 것도 시간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가격 조정은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며 "기술 혁신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애플의 페이스 아이디, 삼성전자의 홍채인식 등 제품 차별화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은 연구개발에 투입할 자본이 없어 기존의 솔루션 적용에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