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손효주기자] 추락한 줄로만 알았던 미국 빅3의 대표주자 포드가 무서운 기세로 부활하고 있다. 도요타 리콜 사태로 동반 타격을 입을 거라 예상됐던 혼다, 닛산 등 일본 완성차 브랜드들은 리콜에 아랑곳 없는 판매 상승세에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미국 국산차와 도요타를 제외한 일본 주요 브랜드들은 도요타 사태의 반사이익을 판매량과 점유율 증가라는 뚜렷한 수치로 증명하고 있지만, 현대기아차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지난달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1월보다 떨어지면서 ‘도요타 수혜’가 너무 빨리 끝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도요타 사태' 진정 이후를 대비해 현대기아차의 발빠른 대처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 주요 업체 중 현대기아차만 점유율 하락
지난달 미국 시장 판매량 집계 결과 포드가 43.5%, 닛산 29.4%, 현대기아차 10.2% 등 도요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업체들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대폭 늘어난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러나 점유율을 보면 말이 달라진다. 지난해 미국 시장 점유율 7위 내에 들었던 완성차 업체 중 크라이슬러와 GM 등 다시 약진을 준비하는 기업들과 지난달 판매와 생산이 중단된 도요타를 빼면 현대기아차만 1월에 비해 점유율이 소폭 빠진 것이다.
도요타 사태의 반사이익이 2월에 집중됐음을 감안하면 0.1%포인트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수치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 반사이익 한달 ‘반짝효과’?
지난해 대다수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 시장 자동차 판매를 ‘상고하저(上高下低)’로 전망했다. 상반기에 높은 판매증가율을 나타내고 하반기에는 다소 부진한 판매율을 기록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기아차의 2월 점유율 결과가 나오자 현대기아차에게만은 유독 ‘하저’현상이 빨리 찾아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현대기아차가 아직 도요타의 대체제가 되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라는 평가에 무게를 싣고 있다.
먼저 포드, 혼다, 닛산에 비해 라인업이 다양하지 못한 것이 문제로 꼽힌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일단 이번달 점유율 결과까지 나와봐야 반사이익 여부를 가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도요타와 포드가 미국 시장에 내놓은 차종에 비해 현대기아차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이 도요타에 실망한 소비자들을 강하게 이끌지 못한 원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미지 마케팅에 무게를 둔 나머지 품질 마케팅이 다소 소홀했던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달 판매 결과를 보면 도요타 사태 타격이 일본차 전체로 번지지 않고 오히려 혼다, 닛산 등 일본 브랜드들에게 수혜로 돌아갔다.
일본차 자체에 대한 품질 신뢰가 공고해 ‘일본차 대체제는 역시 일본차’라는 인식을 단기간에 바꾸기 어렵다는 사실이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도요타가 중하반기 리콜 이후 다시 고품질로 중무장을 하고 나오면 일본차에 대한 품질 신뢰도는 리콜 사태 이전보다 눈에 띄게 높아질 수 있다”며 “이런 분위기로 현대기아차가 당장 일본차를 대체하기는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 품질 제고에 만전을 기한다면 일본차 점유율을 꾸준히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美 시장 올해 ‘불꽃 경쟁’ 예상..생존력 높이려면?
일부 전문가들은 도요타 사태가 조기 진화되고 나면 도요타의 점유율이 오히려 대폭 증가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도요타가 지난 89년 리콜 사태 이후 품질 혁신으로 오히려 도약할 수 있었듯이 이번에도 품질 마케팅 등 마케팅에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 부으면서 이미지를 쇄신하게 되면, 악재가 고스란히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되면 도요타 구매 습관을 가진 소비자들이 다시 돌아오는 동시에 더 많은 소비자들을 끌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로 미국 시장 주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X세대(1960~70년대 출생자)와 Y세대(1970년대 후반 출생자)를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도요타차를 주로 구매하는 연령층이 미국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 출생자, 7700만명)인데 이들 세대는 특정 브랜드에 높은 충성도를 보이는 특성 탓에 좀처럼 구매 브랜드를 바꾸지 않는다.
반면 X세대와 Y세대는 특정한 브랜드를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젊은 세대를 겨냥한 전략 차종으로 이들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이항구 팀장은 “최근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줄을 잇고 있는 등 완성차 업체의 주소비층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디자인과 성능을 강화한 신차를 대거 출시해 새로운 소비층을 공략한다면 점유율을 안정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에 더해 최근 기아차 조지아 공장 준공으로 현지 시장에 더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된 점은 올해 전망을 다소 밝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신차는 완성차 업체의 판매를 끌어올리는 가장 강력한 유인이 되는 만큼 신차 출시와 품질 마케팅 강화로 새로운 세대를 공략한다면 하반기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자동차 시장 경쟁에서도 승산이 있다는 지적이다.
김근식 기아차 미국공장 경영지원실 상무는 “자동차 산업의 격전지인 북미 지역에서 기아차현지 공장을 설립해 생산하게 된 것은 의미가 상당히 크다”며 “앨라배마 공장과 조지아 공장을 북미 시장 공략의 거점으로 삼는 한편 품질에 완벽을 추구해 미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