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국내 바이오기업의 주가 상승에 전통 제약사들이 미소 짓고 있다. 일찌감치 판권계약 또는 지분투자를 진행한 바이오기업들의 가치가 상승하며 관련 수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전통 제약사인 GC녹십자와 부광약품은 신라젠과 안트로젠의 신약 개발에 속도가 붙으며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GC녹십자 신라젠 신약의 국내 판권 계약을 맺은 상태고, 부광약품은 안트로젠의 최대주주다.
항암바이러스치료제 '펙사벡'을 통해 지난해 바이오업계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신라젠은 작년 4월 1만원 수준이던 주가가 11월 15만원 넘게 오른 뒤 최근 10만~11만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기업인 파미셀과 안트로젠 역시 각사가 개발 중인 간경변증치료제와 당뇨병성 족부궤양 치료제 기대감에 연초 대비 1.5~2배 오른 주가를 기록 중이다.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간암 치료제 시장에만 약 1조원 수준의 가치가 평가되는 펙사벡은 최근 약 3조원 규모의 신장암 치료제로까지 적응증 범위를 넓히며 기대감이 폭발한 상태다. 임상 3상 단계의 안트로젠 당뇨병성족부궤양 치료제 역시 높은 시장가치 기대감에 주가를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GC녹십자는 펙사벡의 국내 독점 판매권을 보유하고 있다. 펙사벡 상용화시 최초의 간암치료제로 국내 시장을 장악, 폭발적 매출 성장을 거둘 수 있는 셈이다. 펙사벡을 통해 얻어진 수익의 매출은 양 사 계약에 따라 맺어진 비율에 맞춰 양사가 분배하는 방식을 취하게 된다.
관계회사인 안트로젠의 최대주주 부광약품(지분율 20.12%)은 지분가치 상승에 수혜를 입은 경우다. 지난 2000년 안트로젠 설립 이후 꾸준히 안트로젠 주식수를 늘려온 부광약품은 현재 160만171주의 안트로젠 주식을 보유 중이다. 당시 취득원가가 38억5700만원에 불과했던 주식가치는 현재 2200억원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
유한양행과 한독, 대웅제약 등도 지난해 지분투자를 통한 재미를 톡톡히 보고있다. 제넥신의 주식 48만9000여주를 보유한 유한양행은 지난 2015년 200억원을 투자해 사들인 제넥신의 주식 약 48만9000주의 현재 가치는 570억원 이상으로 올랐고, 한 발 앞선 2012년부터 총 330억원을 투자해 약 444만주를 보유했던 한독은 지난해 12월 보유 주식의 12% 가량만을 처분하고도 투자금의 80%가 넘는 274억원을 회수했다. 현재 주가가 당시의 두배 수준임을 감안하면 향후 기대수익은 더욱 큰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기업의 경우 경쟁력 있는 기술력에 비해 별도의 영업조직을 보유하지 않거나 있더라도 조직이 작은 경우가 많아 인프라를 갖춘 기존 제약사들과의 판권 계약을 통해 로열티를 나누는 방식을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기존 제약사들 역시 이미 갖추고 있는 영업망을 통해 경쟁력 있는 신약으로 매출을 늘리는 '윈-윈(win-win)'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