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지난해 저축은행 예금액이 1년 전보다 6조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예금자보호법상 보호를 못 받는 5000만원 초과 예금도 크게 늘었다.
9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저축은행 79곳과 저축은행중앙회의 총수신액은 51조2883억원으로 2016년 말보다 6조961억원(13.5%) 증가했다.
이 가운데 5000만원 초과 예금은 8조5881억원으로 1조6758억원(24.2%) 늘었다. 공공기관 등의 예금이 감소(-1297억원)한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6만3486명이 저축은행에 5000만원이 넘는 돈을 맡겼다. 2016년 말과 비교해 개인은 1만4908명(32.1%), 법인은 138개(7.1%) 각각 증가했다. 1인당 평균 1억3528만원을 맡긴 것이다.
저축은행이 파산해도 보호를 받을 수 없는 5000만원 초과분은 5조4138억원으로 1년 전 4조4904억원보다 9234억원(20.6%) 늘었다. 이는 2010년 말(6조9123억원) 이후 최대치다. 저축은행 예금에서 보호받지 못 하는 예금의 비중도 10.1%에서 10.7%로 1년 새 0.6%포인트 상승했다.
예금자보호법상 저축은행이 파산하면 해당 저축은행 예금자는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1인당 5000만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지만, 5000만원을 초과하는 돈은 받을 수 없다.
저축은행 예금액 중 5000만원 초과분은 2009년 말 7조6175억원에 달했으나,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겪으면서 2013년 3분기에는 1조7342억원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저축은행으로 돈이 몰리면서 5000만원 초과 예금 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저축은행 예금이 증가하고 있는 배경으로는 우선 저축은행의 건전성 지표 개선이 꼽힌다. 일반적으로 저축은행의 건전성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로 평가한다. 금융감독원은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8% 이상, 고정이하여신비율 8% 이하를 요구하고 있는데 지난해 3분기 말 저축은행들의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각각 14.4%, 5.6%였다.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예금 금리도 저축은행으로 돈이 몰리는 이유 중 하나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저축은행의 1년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2.48%로 은행(1.95%)보다 0.53%포인트 높았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저금리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아 저축은행에 돈이 몰리는 것 같다”며 “다만 위험 부담도 상존하는 만큼, 5000만원 초과 예금이 급증하거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저축은행에 대해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인 2012년 10월2일 서울 명동의 한 저축은행 지점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