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남북·북미 정상회담 주 의제로 비핵화가 꼽히는 가운데 철저한 검증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회의 전 북미 정상회담을 놓고 “5월이나 6월 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기로 했다”며 “양측 모두 존경심을 갖고 조만간 북핵문제를 협상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정상회담 연기론, 무산론 등을 불식시키며 실행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북한과 접촉해 왔다”며 “북한과 비핵화에 대한 협상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정상회담 준비 차원에서 북한과의 비공식 접촉을 인정하면서 회담 주요의제까지 언급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존 볼턴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면전에서 이뤄졌다.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인 볼턴으로 하여금 자신의 정책을 실행하는 역할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북미관계를 비롯한 외교현안을 자신이 직접 챙기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국 지도자들이 예전과 달리 이른바 ‘탑다운’ 방식으로 외교에 임하는 상황에서 한반도 대결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서울이코노믹포럼’에서 “기존 상향식 접근법에서는 로드맵 이행 시 작은 장애요인이 크게 되고, 서로를 갈등하게 만들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왔다”며 “탑다운 방식은 정치적 관점에서 디테일에 숨어있는 ‘악마’를 제거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 전 장관은 “대북정책 접근 과정에서 기존 분석이 아닌 ‘새로운 상상력’을 보여야 할 때”하고도 했다.
북한이 이미 비핵화 의지를 천명한 상황이지만, 이를 확인하는 작업에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은 “북한은 자신들의 핵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과연 포기할 수 있을까를 회의적으로 봐야하며, 포기할 경우에는 엄격한 검증과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페리 전 장관은 “미국이 가지고 잇는 (북핵) 추정치에 오차가 있을 수 있다”며 “파악이 어렵기에 군축 관련 모든 목표를 하나의 회의로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된 내각회의 전 존 볼턴 신임 국가안보보좌관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