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미국 암 학술대회(AACR)을 앞두고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 중인 가운데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중소업체들이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외형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그 잠재력에 대한 기대감은 대형사 못지않다는 분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4일부터 18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AACR 2018'을 앞두고 업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 1위 유한양행을 비롯해 한미약품, 신라젠 등 굵직한 국내사들이 개발 중인 치료제 연구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AACR은 매년 2만여명의 연구자와 의료분야 개발자 등이 참석하는 최대 규모의 암 전문학회다. 각 사마다 보유 중인 파이프라인과 기술력을 선보이는 이 학회는 해외시장 진출 발판으로도 활용한다. 지난 2014년 한미약품이 해당 행사를 통해 임상 결과 발표 뒤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 사례다.
올해 행사에서 유한양행은 오스코텍으로부터 기술을 도입한 비소세포성폐암치료제(YH25448) 전임상 결과를, 신라젠은 항암바이러스치료제 '펙사벡'과 다른 항암제의 병용데이터를 발표한다. AACR에 좋은 기억을 지닌 한미약품 역시 간암 치료제(HM81422)와 소세포성폐암 치료제(HM97211) 등의 연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각 사 주가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 9일과 10일 연이어 52주 신고가를 기록했고, 한미약품은 연초 잇따른 기술수출 취소 타격에 40만원 중반대까지 떨어졌던 주가를 한달새 10만원 가량 끌어올렸다.
이 같은 흐름 속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중소 제약·바이오기업들의 항암 파이프라인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시가총액 원 규모의 케이피엠테크는 자회사 에이비온이 AACR을 통해 공동 개발 중인 신약 'ABN401'의 위암 약효 연구결과를 발표한다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ABN401은 간세포성장인자수용체가 변이된 암 환자 대상의 항암제로 위암은 물론, 폐암과 신장암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하반기까지 전임상을 완료하고 글로벌 1상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8일 1200원이었던 주가가 11일 3070원으로 마감하며 약 한달새 155.8% 급등했다.
코디엠은 투자에 참여한 페프로민 바이오가 개발 중인 차세대 면역항암제 'CAR-T' 효과를 보고있다. 기존 치료제와 달리 암세포만은 골라 파괴하고, 신규 암세포 발생시 추적해 파괴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환자 본인의 면역세포를 이용해 부작용이 적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지난달 23일 635원이었던 코디엠의 주가는 11일 1840원으로 20여일만에 2배 가까이 올랐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펼치고 있는 유한양행과 공동으로 항체신약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앱클론은 최근 첫 성과물로 새로운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YHC2101'을 도출한 상태다. 암세포 사멸은 물론, 가장 중요한 면역세포로 꼽히는 T세포를 활성화 시키는 기전으로 기존 면역관문저해제와 병용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물질이다.
앱클론은 이를 통해 유한양행으로부터 기술료를 수령하고 향후 개발 단계에 따라 추가 기술료와 로열티를 지급받게 된다. 관련 호재에 앱클론의 주가 역시 지난달 26일 5만2500원에서 11일 6만8400원까지 오른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수조원대에 달하는 시가총액을 보이는 대형사들에 비해 5000억원 미만의 시총으로 회사 규모는 작지만,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한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업체들의 잠재력은 현재의 규모로 판단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현재의 파이프라인 개발이 완료되고 상품 출시나 기술수출 등으로 이어졌을 때 회사의 성장 폭은 쉽게 가늠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