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세계 1위를 자부하던 한국 조선이 연달아 해양플랜트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수주가 유력했던 프로젝트들은 가격경쟁력 등을 이유로 싱가포르와 중국 등 신흥국에 빼앗겼고, 일부는 발주 국가의 산업 활성화를 위해 자국 조선사로 일감이 넘어갔다.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일감 부족으로 하반기 야드가 바닥을 드러낼 전망이다.
1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노르웨이 국영 석유사 스타토일은 지난 5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요한 스베드럽(Johan Sverdrup) 2단계 프로젝트에 투입할 해양플랜트의 상부 구조물(탑사이드) 투자의향서(LOI)를 자국 조선사 아이벨(Aibel)과 맺었다고 밝혔다. 발주 규모는 1조원가량이다.
한국 조선업계는 이와 함께 수주가 유력했던 브리티시석유회사(BP)의 또르뚜(Tortue)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에 투입될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 수주전에서도 중국에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수주 경쟁에 뛰어들었으나, 중국 코스코와 프랑스 테크닙FMC 컨소시엄의 가격경쟁력에 밀렸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는 지난 9일 담화문에서 "사활을 걸고 수주에 많은 공을 들여온 프로젝트마저 낮은 인건비를 바탕으로 가격에서 우위를 보인 중국에 넘어갔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한국 조선업계 해양플랜트 수주 실패 프로젝트. 제작/뉴스토마토
이미 위기는 예고됐다.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2건의 해양플랜트를 수주한 것을 제외하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4년을 끝으로 수주 실적이 전무하다. 지난해 말 스타토일의 FPSO와 로열더치셸의 '부유식 해양설비(FPU)' 수주전은 신흥국 싱가포르의 셈코프마린에 일감을 빼앗겼다.
당장 현대중공업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오는 7월 말 해양플랜트 야드가 바닥을 드러낸다. 당분간 해양플랜트사업본부 전체가 할 일이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지난해 11월에는 해양플랜트 부지 일부를 계열사 현대미포조선에 매각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은 우선 2400여명의 희망퇴직을 통해 구조조정에 나섰다. 야드는 블록 제작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수주잔량이 1개 프로젝트만 남은 대우조선해양도 전체 매출 비중에서 해양플랜트 사업을 점차 줄여나갈 계획이다. 인력도 상선 제작 등으로 전환을 검토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수주잔량이 7개 프로젝트로, 그나마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한때 해양플랜트는 조선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불렸다. 하지만 저유가 기조에 발주량이 급격히 줄었고, 어렵게 수주한 프로젝트는 잦은 설계 변경으로 수익성 악화의 덫이 됐다. 특히 중국과 싱가포르 등 신흥국 추격에 무리하게 확장했던 해양플랜트 야드 및 설비와 인력 등은 부메랑이 됐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