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문재인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논의할 특별위원회가 닻을 올리고 본격 활동에 돌입했다. 우선적으로 다뤄질 현안은 정부 출범 초기부터 규제가 집중된 다주택자들을 상대로 한 부동산 보유세 강화 방안이다. 다만 국민 생활에 파급력이 크고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국회 통과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9일 제1차 전체회의를 열고 강병구 인하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부위원장은 김정훈 조세재정연구원 부원장이 맡는다. 특위 위원은 조세 및 예산 분야 별로 각각 15명씩 총 30명으로 구성됐다.
11일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재정특위에서 논의될 최우선 과제는 부동산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 인상 여부다. 정부 안팎에서는 조세저항을 고려해 재산세에 비해 과세 대상이 적은 종부세를 손질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종부세 세율 조정의 경우 강 위원장이 몸담았던 참여연대는 주택 과세표준별로 현행 0.5~2%인 세율을 1~3%로 상향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법 개정 없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하는 방안도 있다. 주택 가격의 과세표준을 결정할 때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0%까지 올리면 세금도 함께 인상돼 다주택자를 겨냥한 '핀셋 증세' 효과를 낼 수 있다. 이외에도 실거래가의 60%대에 그치는 공시가격을 현실화해 종부세를 올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정부 입장에서는 종부세뿐 아니라 재산세 등 다른 세목에도 영향을 미쳐 '보편적 증세'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다소 부담스럽다.
재정특위는 종부세 인상 등 보유세 개편 외에도 임대소득 분리과세 기준 강화,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하향, 상속세 일괄공제 금액 인하, 종교인 과세 강화 등도 다룰 예정이다. 우선 상반기에는 보유세 인상 등 조기 실행 가능한 방안을 집중 논의해 세법개정안과 예산편성안에 담아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중장기 재정개혁의 로드맵을 마련한다.
한편으로 재정특위의 보유세 개편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부동산전문가는 "우리나라 개인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라며 "보유세는 특정 계층을 타깃으로 하고 있고 정치적 이슈로 야당의 반발도 거세 보유세 개편이 국회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재정특위 조세 위원인 김유찬 홍익대 교수는 "논의 과정에서 숙의 민주주의 방식을 적용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세종=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