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한미약품(128940)이 8500억원대 기술수출 계약해지와 약효 부작용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는 폐암신약 '올리타'의 개발을 결국 포기했다. 글로벌 제약사의 경쟁 약물이 올리타보다 먼저 출시되면서 신약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막대한 해외 임상 비용을 투입해 개발에 성공한다고 해도 시장성과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내성표적 폐암신약 올리타(성분 올무티닙) 개발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구체적 절차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의를 시작했다. 국내 의약품 허가도 취하된다.
올리타는 2016년 5월 국내에서 조건부허가를 받은 26호 국산신약이다. 조건부허가란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대체치료제가 없는 신약을 2상 자료만으로 허가해 주는 제도다. 판매 후 3상 시험을 추후 진행하는 것이 조건이다.
한미약품은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올리타를 야심차게 개발했다. 다국가 임상 2상까지 완료했다. 2상은 환자 16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200억원 이상이 투자된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유럽에서 조건부허가 승인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쟁 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 40여국에서 먼저 허가를 받으면서 올리타의 경쟁력에 치명타를 입었다. 타그리소는 2015년 미국, 2016년 유럽에서 조건부허가를 받았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말 보험급여 출시됐다.
업계 관계자는 "타그리소가 올리타보다 약효 면에서 더 우수한 약물"이라며 "타그리소가 미국과 유럽에서 먼저 조건부허가를 받아 올리타가 조건부허가를 받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타그리소라는 대체치료제가 생겼기 때문에 올무티닙은 미국과 유럽에서 3상을 진행해야 허가가 가능하다. 조건부허가가 1년 정도 늦어졌지만 타그리소보다 최소 3년 정도는 발매가 늦어지는 셈이다. 타그리소가 이 기간 동안 전세계 시장에서 독점판매를 하게 된다.
경쟁약물 등장으로 기술을 이전받은 해외 파트너사들은 줄줄이 개발을 포기했다.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 중국 자이랩은 각각 2016년과 올해 3월 올리타의 권리를 한미약품에 반환했다. 한미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 자이랩과 2015년 올리타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기술수출 취소로 신약 가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해외에서 올리타를 투약 후 사망한 환자가 발생하면서 사태가 더욱 일파만파 커졌다. 식약처는 2016년 임상에 참여한 환자가 사망하는 부작용이 나타났지만 다른 환자 치료를 위한 유익성이 크다는 판단 하에 올리타 허가를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안전성 논란은 일단락됐다.
한미약품은 자체적으로 국내·외에서 3상을 강행하거나 개발 포기를 결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글로벌 3상은 최소 환자 600여명을 대상으로 700억원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한미약품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1700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18.6%에 달한다. 더욱이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 3상을 시행하고 허가를 획득했다고 해도 현지 판매에 나서려면 영업망이 필요하다. 결국 글로벌 파트너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타그리소가 전세계 시장을 장악한 마당에 수수료를 받고 올리타 유통에 나설 파트너사가 있을지 미지수다.
한미약품은 투자 대비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올리타의 임상 비용을 다른 파이프라인들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한미약품의 신약 파이프라인은 22개(전임상 10개, 1상 4개, 2상 5개, 3상 3개)에 달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올리타 개발을 완료하더라도 혁신신약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할 것으로 판단해 개발 중단을 결정했다"며 "현재 진행중인 다른 혁신신약 후보물질 20여개 개발에 더욱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2016년 한미약품 본사에서 열린 '올리타' 기술수출 취소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이관순 한미약품 전사장이자 현 상임고문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