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영홈쇼핑 재승인 조건에 판매수수료율을 20%로 인하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관계부처는 적자 심화에 따른 경영 악화 우려를 내비치며 수수료율 조정 유보를 건의했지만 개국 당시 내걸었던 수수료 인하 조건을 이행해야 한다는 시각에 무게가 실렸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13일 중기부 관계자에 따르면 과기부는 이날 공영홈쇼핑에 수수료율을 20%로 조정하는 내용을 담은 재승인 조건 부과 승인장을 전달했다. 지난 6일 과기부가 TV홈쇼핑 재승인 심사위원회에서 공영홈쇼핑에 대해 재승인을 결정한 데 이어 이날 수수료율 인하를 통보했다. 재승인 조건은 심사위원회가 건의한 내용을 과기부가 최종 결정한다.
과기부는 중기부를 포함한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의 수수료율 동결 건의에도 2015년 공영홈쇼핑이 개국 당시의 약속을 이행하라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현행 공영홈쇼핑 판매수수료율은 23%로, 개국 당시 4년차인 올해부터는 수수료율을 20%로 낮춘다는 조건이 내걸린 바 있다.
공영홈쇼핑은 중기부 산하기관인 중소기업유통센터(지분 50%), 각각 농림부와 해수부 관계단체인 농협경제지주(지분 45%)와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지분 5%)가 주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수수료율은 관계부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는 게 과기부의 설명이다. 한편 중기부는 과기부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수수료율 20~23% 사이에서 접점을 찾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수수료율 동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과기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과기부에서 수수료율에 따른 시뮬레이션을 요구한 바 있어 수수료율 인하 부담 의견을 일부 수용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쉬운 결정이 나왔다"며 "심의위원회가 진행되는 기간은 물론 재승인이 결정된 이후에도 공영홈쇼핑이 방만경영으로 쌓인 영업손실을 수수료 동결로 만회하려 한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며 과기부가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며 고 말했다.
개국 이후 매년 적자를 쌓아온 공영홈쇼핑은 수수료율 인하 결정으로 영업손실이 가중될 위기에 처했다. 중기부는 공영홈쇼핑의 영업손실이 2015년 199억원에서 2016년 107억원, 지난해 47억원으로 손실폭을 줄여온 만큼 재무적인 압박을 줄이고 공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수수료율 3%포인트 인하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영홈쇼핑 역시 설립 취지인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재무 안정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지난 1월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공영홈쇼핑의 정책적 역할이 커질거라는 점에서도 이번 결정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작년 국정감사 당시 이영필 전 대표이사의 비리와 함께 지적된 해외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상품 판매를 두고 중기부가 공영홈쇼핑에 개선 노력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향후에도 중소기업 제품과 국내 농축수산물 제품 판로 지원이라는 공공적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적자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공영홈쇼핑 관계자는 "홈쇼핑 사업 특성상 초기비용 지출이 크기 때문에 적자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는데 지난해 취급액 5800억원을 달성했고 매출액 1300억원대, 영업손실 45억원대를 기록하며 실적이 개선되는 과정에 있었다"면서 "하지만 수수료 3%포인트는 매출액 대비 수십억원에 달하는 규모여서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수수료 인하 결정으로 차기 대표이사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질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로 전 대표가 불명예 퇴진한 이후 이사회에서 사장 선임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 인사가 거론된 바 있다. 중기부와 홈앤쇼핑은 최소한의 자격을 갖춘 인물이 선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사회는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12일 1차 회의를 진행했고, 6월 중순까지 사장 선임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공영홈쇼핑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만큼 사장 후보 검증 과정에도 관여할 수밖에 없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사장 선임 기본 요건에 유통 경력이나 관련 지식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경력이 전혀 없는 정치권 인사가 오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영홈쇼핑 판매수수료율을 20%로 인하하기로 했다. 사진은 2015년 7월 공영홈쇼핑 개국식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석한 모습. 사진/뉴시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