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소환 앞둔 황창규 KT 회장 '담담'

"잔혹사 끊는다" 혐의 소명 확신…"적폐 되풀이되지 않을 것" 믿음도

입력 : 2018-04-16 오후 4:35:31
[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오는 17일 경찰 소환 조사를 앞둔 황창규 KT 회장이 의외로 담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법 후원에 관여하지 않았을 뿐더러,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물증도 없다는 확신에서다. 오히려 이번 소환을 그간의 의혹을 터는 계기로 삼고, 재계 안팎에서 제기되던 CEO 잔혹사도 끊어낸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KT 전·현직 임원들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른바 '상품권깡' 방식으로 90여명의 국회의원에게 약 4억3000만원을 불법 후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 같은 불법 후원이 황 회장의 지시 내지 동조 하에 이뤄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KT는 황 회장이 일체 관련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KT 한 관계자는 16일 "경찰이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말을 아끼면서도 "황 회장은 KT의 잘못된 여러 관행들을 수술대에 올린 인물"이라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정황논리만 있을 뿐 물증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무적 판단도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준거로 활용되고 있다. KT는 2002년 민영화 이후 정권 교체기마다 전직 회장들이 중도 사퇴하는 잔혹사를 반복해 왔다. 이른바 '주인 없는 기업'인 까닭에 새 정부마다 KT와 포스코의 수장 자리를 노려왔다. 퇴진을 거부할 경우 검찰과 국세청 등 사정당국도 동원됐다. 하지만 현 정부는 정경유착의 폐단을 딛고 탄생한 촛불정권으로, 과거의 적폐를 답습할 수도 답습하지도 않는다는 신뢰가 있다. 때문에 혐의에 대한 소명을 통해 의혹만 해소할 수 있다면 과거와 같은 정권 리스크는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란 게 KT의 판단으로 보인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정치일정도 KT로서는 긍정적 요인이다. 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 그리고 6월 지방선거와 개헌 등을 고려하면 정부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기 어렵다. 황 회장의 임기는 2020년 정기 주주총회(통상 3월)까지로, 내년 하반기가 되면 차기 회장 후보군들이 부상하게 된다. 게다가 6월 5G 주파수 경매를 시작으로 5G 일정도 본격화된다. 정부는 내년 3월을 5G 상용화 목표 시점으로 잡고 있다. KT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5G 데뷔 무대로 활용한 5G 시대 선도자다. 
 
서울 광화문의 KT 사옥. 사진/뉴시스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만도 있는 상황은 아니다. 검찰은 KT가 e스포츠협회에 행사 스폰서 등을 맡는 형식으로 후원금을 낸 경위와 자금 집행 내용에 문제가 없는지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KT와 롯데홈쇼핑, GS홈쇼핑 등을 압박해 자신이 회장으로 있던 e스포츠협회에 5억5000만원을 후원하도록 한 혐의로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난 1월 불구속 기소했다. 황 회장이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점도 KT로서는 부담이다. 법원은 이달 6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이 KT에 인사 채용을 강요한 의혹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물론 KT는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피해자 입장이지만, 노조를 중심으로 한 황 회장에 대한 사퇴 압박은 여전하다.
 
정연용 KT 1노조 본사지방본부위원장은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수사 받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며 "사실로 밝혀진 범법 행위에도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오주헌 KT 새노조 위원장은 "지난주부터 황 회장이 출석할 것이란 얘기가 나와 직원들도 신경이 많이 쓰인다"며 "계열사까지 동원해 정치자금을 제공하도록 할 수 있는 사람은 회장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정면돌파 의지를 내비쳤다. KT는 주총에서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방안은 ▲이사회 산하의 지배구조위원회·회장후보심사위원회가 차기 회장 후보 선정과 최종 후보 확정 ▲사외이사 자격에 기업경영 경험 추가 ▲복수대표제 명확화 등이 골자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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