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제약·바이오업종이 중·소형주 상승을 이끌며 증권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이와 무관한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업체들도 관련 산업에 눈독을 들이는 분위기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알뜰폰사업 또는 전자·통신장비 제조 등을 주력으로 해 온 중소·중견기업들이 제약·바이오사업에 무게를 싣고 있다. 안정적인 기존 사업을 기반으로 잠재력 높은 제약·바이오 영역 진출 또는 확대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알뜰폰사업과 스마트그리드, 유통·제조사업을 보유한 인스코비는 바이오사업 확대를 위해 지난 17일 국내 바이오업체 셀루메드의 지분 2.27%를 확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셀루메드는 지난 11일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골이식재 승인을 받으며 주목받은 업체다. 관계사인 바이오업체 아피메즈의 개발 신약 '아피톡스'가 FDA로부터 다발성 경화증에 대한 임상 3상 실시 허가를 기대하고 있는 인스코비 입장에선 셀루메드 최대주주 등극을 통해 바이오사업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된 셈이다.
제약·바이오부문을 보유했지만 통신장비 제조업이 주력인 텔콘은 지난해 최대주주로 들어선 미국 바이오기업 엠마우스의 겸상적혈구빈혈증(SCD) 치료제 '엔다리' 판매 기대감에 주목받았다. 텔콘은 지난해 7월 엔다리가 FDA 최종 판매 승인을 받은 뒤, 엠마우스와 540억원 규모의 원료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또 자회사 비보존의 비마약성 진통제 신약 '오피란제린(VVZ-149)'의 미국 임상 2b상 완료 기대감까지 더해져 본업인 통신장비제조보다 바이오업종으로 화제가 됐다.
지트리비앤티 역시 주력인 전자사업부문 외에 바이오사업으로 이름을 알린 경우다. 지난 2014년부터 바이오사업에 무게를 실어온 지트리비엔티는 최근 안구건조증치료제와 뇌종양치료제 개발 성공 기대감에 눈길을 끌었다. 지난 18일에는 미국 자회사 오블라토를 통해 개발 중인 교모세포종 치료제 신약의 현지 병용투여 임상시험계획이 FDA 승인을 받은 상태다.
해당 3사는 제약·바이오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거나 전무한 상황이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감이 주가를 크게 끌어올렸다. 불과 지난 2월 2000원대였던 인스코비 주가는 19일 1만2200원에 마감했고, 텔콘과 지트리비앤티 역시 최근 1년새 저점과 비교해 200% 이상씩 올랐다. 지난해 각 사 매출 가운데 텔콘은 제약·바이오부문에서 전체의 4분의 1수준의 매출을 거뒀고, 인스코비와 지트리비앤티는 현재까지 별도 매출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상승세다.
제약·바이오업종은 신약 개발 성공시 얻는 수익이 워낙 폭발적인 만큼 기대감만으로도 투자심리가 몰린다. 업체 입장에서는 기대감으로 모인 자금을 통해 신약 개발 동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순기능이 있지만 가시화 된 성과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 신중론이 필요하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바이오 버블론이 고개를 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소형 바이오주 가운데 실질적인 파이프라인 가치가 상승하면서 재평가 된 업체들도 있지만 대부분 기대가 현저히 앞선 비정상적인 고평가를 받고 있다"며 "바이오와 전혀 상관없는 업체들이 사업 추가와 인력을 확보해도 어김없이 주가는 고공행진 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부풀려진 기대는 반드시 그 이상의 고통을 수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