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완전표시제 도입 여론에 업계 '난색'…"신뢰도 없이 가격부담만"

GMO 작물 수입 식품제조사들 타격 불가피…콩·옥수수 낮은 자급률에 시장혼란 우려도

입력 : 2018-04-22 오후 1:33:57
[뉴스토마토 이광표·김보선 기자] 유전자변형식품(GMO) 완전표시제 도입 여론이 높아진 가운데 식품업계가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한다. GMO 완전표시제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응답기준 20만명을 훌쩍(21만명 이상) 넘기면서 논쟁은 한층 불붙을 전망이다.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는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분리하거나 재조합해 만든 농산물을 말한다. 몬산토, 듀폰 등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식품의 대량생산과 재배 편의, 저장성 향상 등을 위해 만들었다. 유전자를 조작해 탄생한 식품인 만큼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는 지난해 2월부터 식품위생법을 일부 개정한 GMO확대 표시제를 시행했지만 식용유와 당류는 GMO 표시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이에 소비자들과 시민단체 등은 '확대' 수준이 아닌 '완전'한 표시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GMO 제품을 생산·공급하는 식품업계는 그러나 GMO와 관련된 논란이 막연한 불안감에서 비롯됐다며 우려하고 있다. 22일 송성완 한국식품산업협회(이하 협회) 식품안전부장은 "GMO의 안전성은 과학적 연구로 입증됐다. 국내에서는 지난 2월부터 강화된 GMO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일부 시민단체 등에서 이것이 완전히 정착하기도 전에 막연한 불안감으로 완전표시제라는 현실성 없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와 환경운동연합 등 57개 농민, 소비자, 환경단체가 참여하는 GMO완전표시제 시민청원단이 GMO완전표시제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콩기름·전분당 제조사 타격…콩·옥수수 부재료 식품사 등 대부분 영향권
 
업계 안팎에선 완전표시제가 전면시행될 경우 수입 GMO 작물을 사용해 콩기름(식용유)이나 전분당류 등 식재료를 대량생산하는 식품제조사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가공용 대두는 대부분 GMO를 수입하는데, 국내 기업 중에서는 CJ제일제당, 사조해표 등 2곳이 GMO 대두를 수입해 식용유로 가공한다. 
 
식용유를 판매하는 다른 기업도 GMO에서 자유롭진 못하다. 대두를 수입해 직접 가공하는 곳은 CJ제일제당과 사조해표뿐이지만 다른 기업들도 대부분 GMO로 가공해 착유한 식용유를 수입해 판매하는 실정이다. 이 경우 완전표시제 의무에서 벗어나 또 다른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GMO 옥수수의 경우 대상, 삼양사, 인그리디언코리아, CJ제일제당 등 4개사가 수입하고 있다. 전분당협회 회원사 수입 물량은 2008년 5월 전에는 non GMO였다가 이후 대부분 GMO 옥수수로 대체됐다. 전분당은 옥수수에서 뽑은 당분으로 물엿, 과당, 올리고당 등을 가공하는 데 쓰인다.
 
이밖에도 콩과 옥수수를 중간원료로 쓰는 음료, 제과, 라면, 기타 가공식품회사 등 대부분의 식품업계도 표시 대상이 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콩기름을 만들 때는 리터당 필요한 콩이 상당히 많아 제조 효율이 나쁜 편"이라며 "GMO의 위해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non GMO 원료를 사용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표시제 변경에 따른 비용 발생도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다. 협회측은 시설·기계교환 등으로 인한 비용만 약 77억4200만원, 기업들이 GMO 검사에 치뤄야 할 비용도 연간 약 137억74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신뢰도 확보돼야…소비자 비용 전가 우려
 
대대적인 제품 가격인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식품업계는 GMO 완전표시제 이후 나타날 제품 가격 인상을 소비자들이 받아들일지 의문을 제기한다.
 
협회에 따르면 가격 상승의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지목되는 식용유는 최저 7.83%, 최고 24.24%까지 비용 인상이 예상된다. 예컨대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4000원인 1.8리터 식용유 가격은 non GMO만 사용할 경우 4313원~4969원까지 오를 수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우리 회사)제품에 표시를 하려면 아무래도 non GMO를 쓸테고 그러면 전체적으로 물가가 올라 결국 가격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며 "가격 인상을 감당할 의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표시의 신뢰성이 없다면 가격인상을 수용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완전표시제의 사후관리가 어렵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완전표시제는 분석에 따라 혼입여부를 확인해 관리해야 하는데 그것이 불가능해 결과적으로 표시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수입식품은 외국에서 제조가 되기 때문에 서류의 진위여부를 가리기 어려워져 국내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도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유럽연합(EU)은 GMO 완전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는 콩이나 옥수수의 자급률이 각각 10%,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차이가 있다.
 
송성완 식품산업협회 부장은 "GMO가 아니더라도 식량 공급에 문제가 없고 인위적으로 생산량을 통제하지 않으면 과잉생산이 우려될 정도"라며 "이 때문에 소비자단체가 원하든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서이든 표시제도나 추적을 강하게 시행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표·김보선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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