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 군사분계선(MDL) 앞에서 악수를 나누는 것으로 11년 만의 남북 정상회담 일정을 시작했다.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위대한 여정이 시작됐다.
2018 남북 정상회담 참석차 이날 오전 8시쯤 청와대를 출발한 문 대통령은 9시경 회담장인 판문점 평화의집에 도착했다. 문 대통령은 현장에서 관계자들을 격려한 후 자유의집으로 이동했다. 하늘색 넥타이를 맨 문 대통령은 미소를 지으며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과 이야기를 나눴다.
자유의집 앞에서 대기하던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오전 9시27분 북쪽 판문각 출입문을 통해 모습을 보이자 MDL 방향으로 이동해 높이 5cm, 너비 50cm의 콘크리트 경계석 앞에 위치했다. MDL 쪽으로 천천히 걸어온 김 위원장은 마침내 판문점 내 T2(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와 T3(군사정전위원회 소회의실) 사잇길에서 마주쳤다.
두 정상은 악수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안내를 받아 콘크리트 경계석을 넘어 북측 땅을 잠시 밟은 후 다시 우리 측으로 이동했다. 양 정상은 북쪽 판문각과 남쪽 자유의집을 번갈아 바라보며 기념촬영도 진행했다. 김 위원장도 문 대통령의 안내를 받아 MDL을 넘어 남쪽으로 넘어왔다. 분단 이후 북한 최고지도자의 최초 방남이다.
이후 기다리고 있던 화동 2명이 김 위원장에게 꽃다발을 전달했다. 화동은 경기도 파주 민통선에 위치한 대성동 마을에 살고 있는 대성동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다.
양 정상은 좌우로 도열한 우리 측 전통의장대의 호위를 받으며 자유의집 우회도로를 걸어 130미터 가량을 걸어 공식 환영식장까지 이동했다. 전통악대가 선두에 섰고, 뒤쪽엔 호위기수가 따랐다. 두 정상의 양쪽에 각각 호위무사가 함께 해 전체적으로 장방형 모양을 이뤘다. 청와대 관계자는 “두 정상이 전통 가마를 탄 모양을 형상화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정상은 우리 측 국군의장대를 사열하기 위해 오전 9시40분쯤 회담 장소인 판문점 평화의집 옆에 마련된 사열대로 이동했다. 사열대에 오른 두 정상은 의장대장의 경례를 받은 후 단상 아래로 내려가 의장대를 사열했다.
앞서 지난 2000·2007년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측 육해공군 의장대를 사열한 바 있다. 국방부는 “냉전시대 미·소, 미·중 간 갈등이 극심했던 상황에서 정상회담 시 각국이 상대국 정상에게 의장대 사열을 행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사열이 끝난 후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우리 측 수행원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의 소개에 따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정경두 합동참모본부 의장 등이 김 위원장과 인사를 나눴다. 이후 김 위원장이 김영남 북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철·최휘·리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등 북측 수행원을 문 대통령에게 소개했다.
양 정상과 수행원들은 회담장소가 마련된 평화의집으로 이동하기 전 기념촬영도 실시했다. 이후 회담장이 마련된 평화의집 안으로 이동했다.
평화의집 1층 로비에서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안내를 받아 방명록에 서명했다. 이후 로비에 걸려있던 민정기 작가의 ‘북한산’에서 기념촬영을 한 두 사람은 한동안 그림을 주제로 대화도 나눴다. ‘북한산’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남쪽 땅을 밟는 북측 최고 지도자를 서울의 명산으로 초대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2층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한 양 정상은 수행원들과 함께 오전 10시15분부터 본격적인 정상회담을 시작했다. 오전 회담 후 양측은 별도 오찬과 휴식시간을 갖는다.
오후에는 두 정상이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는 공동기념식수 행사를 진행한다. 두 정상은 군사분계선 위에 ‘평화와 번영’을 상징하는 소나무를 심는다. 이어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하며 담소를 나눈다.
산책 이후에 두 정상은 오후 회담을 이어간다. 회담을 마치고 나면 합의문 서명과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합의 내용에 따라 발표 형식과 장소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발표 이후 오후 6시30분부터는 양측 수행원이 참석하는 환영만찬이 평화의 집 3층 연회장에서 열린다. 이 자리에 영부인 김정숙 여사와 김 위원장의 부인 이설주가 참석할지 주목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김정숙 여사와 이설주의 참석 여부에 대해 “아직 알 수 없다”고 답했다.
환영만찬까지 마치고 나면 환송행사가 이어진다. 두 정상은 판문점 평화의 집 전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한 ‘하나의 봄’이라는 주제의 영상을 함께 감상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에서 만나 인사를 나눈 후 공식 환영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판문점공동취재단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 판문점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