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스스로 뭉갠 기회, 다시 잡은 검찰

입력 : 2018-04-30 오전 6:00:00
삼성그룹의 노동조합 와해 의혹에 관한 검찰의 수사가 한창이다. 압수수색만 해도 4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이러한 의혹은 이번에 처음 제기된 것이 아니고, 검찰의 수사도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3년 10월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입수해 폭로한 '2012 S그룹 노사전략'이란 문건을 바탕으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이 노동조합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고발된 사건에 대해 검찰은 2015년 1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그로부터 3년이 넘게 지난 올해 4월 삼성지회는 이 회장 등을 재고소·고발했고, 이 사건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와해 의혹을 수사 중인 부서에 배당됐다. 이번 재고소·고발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전과 달라야만 한다. 이미 앞선 수사에서 해당 문건 작성에 관여한 삼성경제연구소와 삼성인력개발원 관계자의 자백이 있었고, 삼성에버랜드 노동자의 부당해고 소송에서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도 삼성그룹이 작성한 문건의 내용에 따라 노조탄압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수사의 실마리가 된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뇌물 수사로 검찰은 결국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공판은 이번 주 시작된다. 검찰의 수사로 다스의 실소유주로 밝혀진 이 전 대통령은 다스의 소송비로 삼성그룹으로부터 약 67억74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11년 전 이 전 대통령이 후보였던 시절 제기됐던 다스에 관한 의혹을 덮어준 것은 검찰이다. 그렇게 이 전 대통령이 당선되도록 공헌한 것도 검찰이다.
 
검찰 과거사 위원회의 권고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에 대한 수사도 다시 이뤄질 전망이다. 이 사건은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성접대 고위 인사 중 김 전 차관이 포함됐다는 의혹에 관한 것으로, 2013년과 2014년 2차례 수사한 검찰은 김 전 차관을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1차 수사에서 성접대 장면이 촬영된 동영상이 확보됐고, 2차 수사에서 동영상 속 피해 여성이 기존 진술을 번복하고 자신이라고 주장하면서 고소까지 했는데도 검찰의 수사 결과는 그대로였다.
 
특히 김 전 차관이 인천지검장으로 재직했을 때 함께 근무했던 검사가 2차 수사에서도 사건을 담당해 논란이 되자 교체되는 일도 있었다. 이처럼 사건의 당사자가 검찰 출신이니 당시 수차 체계의 실명도 지속해서 거론되는 상황이다. 1차 수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올해 초까지 국내 한 대형 법무법인의 대표변호사를 맡았는데, 김 전 차관 사건으로 부정적인 보도가 나가자 해당 법무법인에서 최근 현직이 아니란 취지로 해명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김 전 차관에 대한 검찰 수사도 전과 달라야만 한다.
 
정해훈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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