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제조 대기업 간에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높은 수익성을 과시하면서, 이 두 곳의 영업이익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비금융 제조업 상장사(코스피) 중 최근 5개년 재무자료가 있는 439개사의 재무지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각각 34조9000억원, 13조3000억원으로 양사의 영업이익 합계(48조2000억원)가 나머지 437개사의 합(46조8000억원)을 초과했다. 이는 조사대상 기업 전체 영업이익 합계(95조원)의 50.7%에 해당하는 규모다.
5년 전인 2012년에는 삼성전자가 18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SK하이닉스가 6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두 기업의 이익 합계는 17조9000억원으로, 나머지 437개사 합(36조80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당시 전체 영업이익(54조700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2.7%였다.
업종 간의 불균형도 심화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속한 전기전자 업종의 비중이 54%로 전체 절반을 넘어섰다. 2012년에는 전기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32.5%로, 전체의 3분의 1 정도였다. 운수장비(20.6%), 화학(11.2%), 철강금속(9.3%) 등도 고른 분포를 보였다. 5년 사이 한 업종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는 불안정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 같은 추세는 매출에서도 나타났다. 전체 매출액에서 비중이 높은 상위 6개 업종 중 4개 업종의 매출액이 5년 전에 비해 감소했다. 자동차가 속한 운수장비가 8.2%로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고 화학(-9.7%), 전기가스(-6.2%), 철강금속(-8.3%)도 위축됐다. 매출이 증가한 업종 중에서도 유통업은 0.2% 상승에 그쳤다. 매출 규모가 20% 증가한 전기전자만이 성장을 대표했다.
전체 상장사들의 실적도 5년 전과 비교해 제자리 수준이었다. 지난 2013년 1074조2000억원이던 439개 상장사들의 매출액은 2014년 1060조2000억원, 2015년 1022조9000억원, 2016년 1000조원으로 꾸준히 감소하다, 지난해 1085조4000억원으로 반등했다. 지난해 매출은 2012년(1064조9000억원) 대비 1.9% 증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3.7% 증가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할 경우 매출은 2.2%, 영업이익은 27.3% 감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지난해 우리 기업들의 호실적은 전기전자 업종과 일부 대기업의 견인효과가 크다"며 "2014년부터 3년간 이어진 실적 악화로 인한 기저효과가 있음에도 경기가 좋아졌다는 착시가 여전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일자리 창출 여력이 있는 주력 업종들의 매출 감소는 우리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며 "주력 업종의 동력을 되살리기 위한 규제완화 등 편중 해소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