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 선 문재인케어)'의정 갈등' 본격화…실력행사에 "집단 이기주의" 비판도

초강경파 최대집, 의협회장 취임…시민사회 "의협, 제밥그릇 지키기에만 급급"

입력 : 2018-05-02 오후 5:54:24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문재인케어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의료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에도, 의료계가 한치의 양보없이 버티면서 힘겨루기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케어 반대 입장을 강하게 고수하고 있는 최대집 전국의사총연합 대표가 지난 1일 40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으로 정식 취임하면서 의정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사집단의 이같은 행태를 "집단 이기주의"라고 비판하는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문재인케어 발표 이후 국민 의료비 부담 경감을 위해 중증치매 본인부담률 인하,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등 주요 과제를 차근차근 시행했다. 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중증치매 본인부담률 인하와 치매진단을 위한 신경인지검사 ▲틀니 본인부담률 인하 ▲노인외래정액제 개선 ▲난임시술행위 건보적용 ▲15세 이하 아동 입원진료비 본인부담 인하 ▲18세 이하 치아홈메우기 본인부담률 인하 ▲선택진료비 폐지 ▲본인부담상한제 개선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 ▲상복부 초음파 건보 적용 등 10개 과제를 실행에 옮겼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8월9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발표 이후 주요 과제는 차질 없이 추진 중이다"면서 "올해 1월 선택진료비 부담 해소, 재난적 의료비 지원, 본인부담상한제 개선 등에 이어 4월1일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까지 실시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 실행에 의료계의 반발은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 40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으로 정식 취임한 최대집 회장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현 정부는 그렇지 않아도 매우 취약한 우리의 건강보험제도에,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라는 졸속으로 설계된 거대 정책을 일선에서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대한의사협회와 충분한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국민건강권 차원에서 문재인케어를 절대로 용납할 수 없으며 반드시 회원 모두의 총화된 힘으로 저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문재인케어 강행을 계기로 우리 의료제도의 모순을 완전히 드러내 국민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건강보험재정의 정상화, 급여기준과 심사체계의 합리적 개선 등을 반드시 이루어낼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최 회장은 의료계 내에서도 초강경파로 분류된다. 지난해 문재인케어에 반발해 서울 광화문에서 태극기 집회를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때문에 최 회장의 임기를 시작으로 정부와 의료계간 충돌 양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조심스레 나온다.
 
의료계가 문재인케어를 반대하는 이유는 약 10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과 결정을 꼽을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계의 협조가 필수적인 주요 정책을 발표하면서 의료계 의견수렴이나 논의 과정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한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관계자는 "정부는 그동안 정책 결정과정에서 관료적이고 폐쇄적인 방식으로 일관했다"며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 없이 정책을 추진했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논의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비급여의 급여화 항목에 타당하지 않은 비급여 항목이 들어가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삼는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관계자는 "급여화를 하려면 명확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면서도 "3800여개의 비급여 항목은 2015년 진료비 실태조사를 기준으로 하지만 정확히 파악한 것도 아니며, 비급여 현황과 규모를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로 급여화를 한다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의료계는 ▲대형병원 환자 쏠림과 1차의료의 붕괴 우려 ▲비급여 차단에 따른 신의료기술 도입 제한 ▲예비급여의 기준 변경시 의료기관의 손실 초래 ▲저수가 수치를 적용한 신포괄수가제 지불구조 ▲건강보험 재정 부족 초래 ▲5년 안에 3800개 급여화 추진 불가능 ▲경향심사·전문의료기관 심사 오류 가능성 ▲건강보험 패러다임 전환의 장기적인 관점 필요 등을 문제 삼는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의료계의 행태에 '집단 이기주의'라고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문재인케어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인 대한한의사협회는 대한의사협회 행위에 대해 "국민 건강권을 볼모로 한 집단 이기주의"라며 "의협은 국민의 의료비 부담 증가는 외면하고 자신들의 밥그릇 지키기에만 급급해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도 "의사들이 반대만을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협상대상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미지제작=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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