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불법 정치자금을 받는 등 혐의로 기소된 홍재형 전 국회 부의장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정치자금법·정당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 전 부의장에 관한 상고심에서 벌금 130만원에 추징금 3319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홍 전 부의장의 종친 홍모씨와 전 청주시의원 김모씨에게 각각 벌금 30만원과 50만원을 선고한 원심도 유지했다.
홍 전 부의장은 지난 2012년 5월부터 2014년 2월까지 홍씨로부터 충북 청주시 상당구에 있는 사무실을 무상으로 받고, 일반인, 당원, 시·도의원 등으로부터 총 113회에 걸쳐 사무실 경비와 사무원 이모씨의 급여 등 명목으로 합계 3319만원을 송금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 홍씨에게 받은 사무실에 '청주상당 민주희망포럼'을 개소한 후 시·도당 하부조직의 운영을 위한 지역위원회 등의 사무소로 사용하는 등 정당법을 위반한 혐의도 적용됐다. 김씨는 이씨를 자신이 운영하는 B사의 직원으로 허위로 올린 후 총 1917만원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한 혐의다.
1심은 홍 전 부의장 등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홍 전 부의장이 자신의 정치 활동을 위해 홍씨로부터 무상으로 사무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받아 임대료 상당을 기부받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김씨가 제공한 사무실 운영비나 직원인 이씨의 급여를 제공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시·도의원 사이의 합의에 따른 합동사무실의 경비 등을 부담한 것이 아니라 홍 전 부의장의 정치 활동을 위한 자금으로 기부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결했다. 또 "홍 전 부의장이 사무실을 충북도당 하부조직의 운영을 위해 지역위원회 등의 사무소로 개설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2심은 이들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홍 전 부의장의 정치자금법 위반죄에 관해 벌금 50만원을, 정당법 위반죄에 관해 벌금 80만원을 선고하고, 3319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홍씨는 벌금 30만원을, 김씨는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우선 재판부는 정당법 위반 혐의에 대해 "이 사건 사무실은 민주당 충북도당의 하부조직 운영을 위한 사무소에 해당한다"며 "홍 전 부의장은 민주당 충북도당 위원장 겸 청주시 상당구 지역위원장으로서 사무실이 시·도당 하부조직 운영을 위한 사무실로 개설돼 운영된다는 것을 알고, 이를 용인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홍씨는 홍 전 부의장이 사무실을 정치 활동에 관련된 용도로 사용할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예측하면서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보면 홍씨가 사무실을 무상으로 제공함으로써 액수 미상 임대료 상당의 정치자금을 기부하고, 홍 전 부의장이 이를 기부받은 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어 "이씨는 사무실에 근무하면서 민주당 시·도당 하부조직원으로서의 업무 또는 홍 전 부의장의 정치 활동과 관련한 업무를 수행한 점, 사무실에 운영비를 납부한 사람은 모두 홍 전 부의장과 상당한 인적 관계에 있던 점 등을 종합하면 정치자금 기부 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