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청와대가 남북미 3국이 참여하는 종전선언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자 중국이 잔뜩 경계하며 진의파악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 남북 정상회담 후 한반도 주변국 중 유일하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를 하지 못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시 주석의 지방출장 일정 등을 이유로 들었으나, 판문점선언에 담긴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 적극 추진’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전문가는 3일 “한반도 평화체제가 남북미 중심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데 대한 우려가 있지 않을까 싶다”며 “시 주석은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듣고 싶어하지, 문 대통령으로부터 ‘남북미중 혹은 남북미 중심으로 갈 수 있다’는 식의 불명확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한편으로는 물밑에서 판문점선언 진의 파악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2~3일 방북 일정도 다급히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 책임자가 북한을 찾은 것은 10여년 만으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정세변화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을 통해 우리 측에 자신들의 의견을 간접적으로 피력한 조치라는 것이다.
이는 북한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사실 북미 정상회담의 불확실성이 크기에 북한도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시켜 나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북 노동신문은 이날 왕 부장 방북 소식을 전하면서 “조중 친선·협조 관계를 새로운 높은 관계로 확대·강화·발전시키는 문제를 깊이 있게 토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도 조속히 한중 정상회담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중관계 속에서 한반도 평화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이 한반도평화 4대 원칙, 동북아 평화·안정을 위한 협력 등에 합의한 가운데 중국이 한반도 문제 당사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후 주한미군 성격을 규정하는 문제 등에서도 중국과의 논의는 필수라는 지적이다.
방북 중인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왼쪽)이 2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리용호 북 외무상을 만나 악수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