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SK케미칼이 백신사업부 독립을 본격화하며 글로벌 백신업체로의 발돋움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2일 SK케미칼은 이사회를 열어 오는 7월1일자로 백신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신설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가칭)'를 설립하기로 의결했다. 백신을 필두로 한 바이오 사업 전문성을 강화하고 외부투자에 용이한 구조를 마련한다는 취지다.
지난 2006년 혈액 및 백신제제 전문기업 동신제약을 인수해 관련 사업에 진출한 SK케미칼은 2008년 프리미엄 백신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선정했다. 이후 2011년 경기도 판교 친환경 연구소, 2012년 경북 안동 최첨단 백신공장을 설립하는 등 약 4000억원을 투자했고 현재 세포·세균 배양, 유전자재조합, 단백접합백신 등의 기반 기술과 설비를 보유 중이다.
이를 통해 2015년 국내 최초 세포배양 독감백신인 '스카이셀플루'로 백신시장에 본격 진출한 데 이어, 이듬해 세계 최초로 바이러스 4종을 예방할수 있는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 4가'를 출시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전세계 두번째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를 국내 시판을 시작하며 글로벌제약사 MSD가 독점 중인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스카이조스터는 출시 약 2개월만에 누적매출 80억원을 돌파하며 시장에 안착한 상태다. 올해 1000억원 이상의 규모가 전망되는 시장 내 점유율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지난 2월 글로벌 백신업체 사노피파스퇴르에 국내 기업 사상최대 규모인 1690억원 규모의 백신 기술수출을 성공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여왔다. 하지만 수지 및 소재 사업을 영위하는 '그린케미칼비즈' 부문과 의약품 및 의료기기를 담당하는 '라이프사이언스비즈'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 특성상 SK케미칼의 백신기업 색채는 강하지 않은 편이었다.
3종의 상용화 제품으로 지난해 기준 1200억원 수준의 매출을 거둔 SK케미칼의 백신사업부는 GC녹십자에 이어 국내 2위 수준의 규모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SK케미칼 전체 매출 1조705억원(분할 전 기준)의 10%를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번 독립 법인 설립 결정으로 백신전문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면서 전문성·효율성 제고는 물론, 제품 및 포트폴리오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신규 투자 유치를 위한 발판도 마련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설회사를 100% 자회사로 두게 되는 SK케미칼 역시 기업가치 동반상승의 효과가 기대된다.
최근 백신사업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신규 백신 개발과 세계보건기구(WHO) 필수의약품 조달시장 사전적격심사(PQ) 인증 역시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케미칼은 현재 상용화된 3종의 백신뿐만 아니라 국내 허가를 완료한 폐렴구균 백신 '스카이뉴모'를 비롯해 ▲로타바이러스(임상 1/2상) ▲자궁경부암(1/2상) ▲장티푸스(1상) ▲수두(허가신청) 등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WHO PQ는 연간 4조원이 넘는 국제기구 의약품 조달시장에 참여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 등을 평가한다. 때문에 해외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는 SK케미칼 입장에서는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다. 보건당국과 국제 기구간 협약을 통해 서류절차와 공장실사 등만으로 인증을 간소화하는 협약을 맺은 만큼 여건도 우호적이다.
SK케미칼 관계자는 "그동안 개발 중이던 신규 백신 파이프라인과 국제기구 조달 시장 진출 등은 백신 사업부 독립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진행돼온 사안이지만, 백신전문 기업의 신설을 통해 전문성이 더해지고 외부 투자가 용이해지는 점은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요소"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