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지난해 5월9일 ‘장미대선’으로 출범한 문재인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없이 곧바로 국정을 시작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만큼 걱정이 앞섰다. 유난히 뜨거웠던 촛불의 염원으로 정권 교체를 이룬 만큼 개혁의 책무가 막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벌써 1년이 지났지만, 우려와 달리 많은 분야에서 호평을 받으며 높은 국민적 지지를 끌어가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전문가들을 통해 문재인정부의 지난 1년 간 정책을 경제, 외교안보, 정치 등 3개 분야로 나눠 점검했다.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정부 첫 1년은 앞선 보수 정권 10년에 대한 적폐청산과 개혁 시도가 숨 가쁘게 전개된 한 해였다. 이러한 차원에서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적폐청산 행보와 개헌안 발의 등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국회가 여소야대 지형인 상황에서 야당을 적극 포용하고 협치하는 노력은 미진했다고 분석했다.
문재인정부 1년은 과거 권력의 부패와 비리, 관행을 뿌리 뽑는 ‘적폐청산’으로 출발해 ‘촛불 정신’을 법과 제도로서 구현하는 첫 걸음인 ‘국민개헌’ 드라이브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 개혁과 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 추진 등 권력기구 개혁에 대한 과제를 추진했다. 5·18 등 과거사 재정립 노력도 병행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9일 “검찰과 경찰, 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혁을 겨냥한 적폐청산의 목표 설정은 잘했다”며 “다만 이제는 적폐청산 방향을 제도화내지 시스템화 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개헌안을 발의하며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려는 행보를 보인 점도 평가할만 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국회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해지면서 6월 지방선거 동시개헌이 어렵게 되자 결국 ‘국민 기본권’을 강화하고 ‘지방 분권’을 명문화한 대통령 개헌안을 지난 3월말 발의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국민 기본권과 지방분권 개헌을 강조하면서 적어도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다”며 “대통령이 개헌을 주도하며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려 노력한 부분은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의 이런 노력들이 입법으로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현실적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권력기관 개혁(공수처 설치, 국정원법 개정), 정치·선거제도 개혁(선거권 나이 인하, 비례성 강화한 선거구제 개편) 등 여권이 추진하는 개혁입법 성적표는 극히 저조하다는 지적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야당이 잘못한 것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국회하고 함께 해보려는 것들이 보이지 않았다”며 “문 대통령이 취임 초반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에는 좀 더 접근했어야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정부 개혁을 뒷받침할 입법 성과를 내기 위해선 여야 영수회담의 정례화와 탈이념적 내각 인사 기용, 정무수석의 적극 활용 등 야권과의 협력을 이끌어낼 방안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배 본부장은 “대통령이 국회를 홀대한다는 인상을 준다면 이는 야권과의 협치가 순조롭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문 대통령이 야당과의 소통 빈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열린 여야 5당 대표 오찬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