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글로벌 시장을 선도 중인 국산 바이오시밀러가 제2의 도약 단계로 나아가려면 허가심사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개발 초기부터 목표시장 선정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규제완화와 시장 정조준은 개발에 착수해 시장에 출시하기까지의 시간을 단축할 핵심 요소로 꼽히는 만큼 정부와 기업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 중인 '바이오코리아 2018'에서는 국내외 주요 전문가들이 모여 '바이오시밀러 시장 개척을 위한 전략'이라는 주제로 국산 바이오시밀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손진법 DM바이오 사업기획팀 이사는 "국산 바이오시밀러들이 현재 단계에서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개발단계부터 목표 시장을 선정해 출시까지의 시간을 최소화 시키는 시스템이 구축돼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개별시장 공략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개발단계부터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바이오시밀러 태동기 국산 바이오시밀러들은 우수한 기술과 빠른 의사 결정을 바탕으로 성공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최대 바이오시밀러 시장인 유럽과 달리 미국시장 진입에는 상대적으로 현지 허가 기준을 통과하기까지 시간이 지체되고 있다. 미국이 유럽에 비해 바이오시밀러 허가에 보수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점도 문제지만, 국산 바이오시밀러들이 이미 개발 완료된 제품을 시장에 끼워맞추려고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손 이사는 "선진 바이오시밀러 기업의 경우 개발단계부터 세부시장에 맞춰 각 국가 기준을 통과할 수 있도록 제품을 개발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있다"며 "그렇지 못한 국내사들은 허가 및 출시에 시간이 더 걸릴수 밖에 없고, 이는 자연스럽게 제조원가 상승으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국산 바이오시밀러의 개발 활성화를 위해 규제완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개발비용과 직결되는 개발기간 단축을 위해 좀더 유연한 허가제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방규호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제약공학과 교수는 "유럽은 동일한 의약품을 A공장에서 B공장으로 옮겨 제조할 때 변경된 부분과 해당 변경이 미치는 영향정도만 검증하면 되지만 국내는 허가를 위해 전과정에 이르는 자료를 모두 제출해야한다"며 "국산 바이오시밀러의 개발 활성화를 위해선 제조처 변경과 관련된 세부 규정의 재정립 등 허가심사 규제의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약 3조원에서 오는 2020년 34조원 규모로 폭발적 성장이 전망되는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국내사들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시장에서 팔린 4대 바이오의약품(란투스, 엔브렐, 레미케이드, 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 판매액 2조6538억원 가운데 국산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66.5%에 달하는 1조7638억원이다.
특히, 셀트리온의 지난해 4분기 유럽에서 52%의 램시마 점유율을 기록하며, 오리지널인 존슨앤드존슨의 레미케이드를 앞서기도 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올 1분기 유럽 매출이 전년비 2배 증가하며 분기 전체 국산 바이오시밀러 수출액이 122% 증가하는 데 일조했다. 여기에 그동안 보수적 입장을 유지하던 미국이 최근 바이오시밀러 우호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향후 전망 역시 밝은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산 바이오시밀러는 제2의 도약을 위한 동력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업계 안팎에서 제기돼왔다. 방대해지는 시장의 주도권을 놓지 않기 위해선 대량 생산체제 속 품질 유지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제도 지원과 향상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날 국내외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댄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국산 바이오시밀러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는 이번 토론에는 손 이사와 방 교수와 국내기업 프레스티지바이오의 김진우 대표, 미국 피네스솔루션즈 존 모이스 이사, 독일 싸토리우스 휴고 데윗 상무 등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 중인 '바이오코리아 2018'에서는 국내외 주요 전문가들이 모여 '바이오시밀러 시장 개척을 위한 전략'이라는 주제로 국산 바이오시밀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정기종 기자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