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발기부전, 조루, 탈모… 치료약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해당 증상을 과연 질병이라고까지 할 수 있을까? 질병 치료는 아니지만 앞선 증상들을 완화시킬 수 있다면 그것은 인간의 삶의 질을 한층 높이는 약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약들을 통틀어 '해피드럭(Happy Drug)'이라고 한다.
해피드럭은 건강을 해치는 질환이라기보다는 삶의 만족도를 저하시키는 증상을 완화시키거나 개선해 행복도를 높여주는 약물을 일컫는다. 앞서 언급된 발기부전과 조루, 탈모치료제는 물론 무더운 여름철 겨드랑이 땀을 감추고 싶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다한증 치료제나 맨발을 마음 편히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는 발톱무좀 치료제, 금연보조제 등도 넓은 의미에서 해피드럭의 범주에 포함된다. 해피드럭은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평균 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그 가치에 대한 무게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현대인들의 욕구에 맞춰 시장 규모 역시 나날이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대표적인 해피드럭은 역시 발기부전치료제다. 일반적으로 40~50대 중년 남성에게 보여지던 발기부전은 과도한 스트레스가 동반되는 현대인의 삶과 맞물려 20~30대에도 심심치 않게 발견되고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2989명이었던 20~30대 발기부전 환자는 불과 4년새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같은 수요에 따라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기준 1500억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5년 전인 2012년의 1.5배에 해당한다. 소위 '돈이 되는' 시장에 국내 제약사들도 적극 뛰어들었다. 초창기에는 1998년 출시된 화이자 비아그라와 2003년 등장한 일라이릴리 시알리스가 시장을 장악했지만, 현재 50종이 넘는 복제약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국내에만 1000만명에 이르는 탈모인구를 대상으로 한 탈모치료제 시장 역시 꾸준히 몸집을 불리고 있다. 크게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 두가지 성분으로 나뉘는 탈모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1500억원 수준의 규모를 보이고 있다. 두 성분을 기반으로 한 복제약만 140여종에 달한다.
하지만 해피드럭이라고 해서 시장에서의 절대적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조루치료제가 대표적인 예다. 유사한 맥락의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이 성장을 거듭하며 국내에서만 1500억원 규모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데 반해 조루치료제 시장은 36억원 수준으로 2년 전인 2014년과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조루치료제의 상대적 부진은 성관계를 위해 복용이 필수적인 발기부전치료제와 달리 복용하지 않아도 성관계 자체는 가능한 데다 국소마취크림 등 대체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번의 복용으로 효과를 바로 볼 수 있는 발기부전치료제와 달리 꾸준히 복용해야 그나마 효과를 볼수 있다는 점도 시장성장의 장애물로 작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처방 대상자들이 극적인 효과를 거둘 수 없음에도 매번 병원을 찾아야 하는 것이 껄끄러워 시술을 택하거나 의료업계가 이를 적극적으로 권하는 점도 또 하나의 원인"이라며 "해피드럭은 질병 치료가 아닌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만큼 생각치 못한 변수에 따라 시장 성장이 좌우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해피드럭은 건강을 해치는 질환의 치료보다는 삶의 만족도를 저하시키는 증상을 완화시키거나 개선해 행복도를 높여주는 약물을 일컫는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