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 기자] 참여연대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 분식 회계 논란과 관련해 삼성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을 정당화하기 위해 회계법인을 통해 삼성바이오에 대한 고평가를 이끌어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합작사인 미국 바이오젠의 콜옵션 가치는 2015년이 아니라 2012년부터 반영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14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혐의 관련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참여연대는 삼성바이오 분식 회계 논란에 대해 "삼성바이오 지분을 46.3% 보유한 제일모직의 주당가치를 높이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바이오 평가를 두고 세계 최대 의결권자문사인 ISS와 국내 회계법인인 안진회계법인·삼정회계법인의 차이가 7조원 가까이 차이난다.
ISS는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1조5200억원이라고 평가했지만 안진회계법인은 8조9360억원, 삼정회계법인은 8조5640억원으로 산정했다. 국민연금 리서치 센터는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6조5520억원으로 평가했다.
이같은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부동산 가치에 대한 평가 때문이다. ISS는 삼성바이오가 보유한 부동산 가치를 장부가로 평가했다. 반면, 국민연금은 네이버 부동산 가격으로 평가했다.
안진과 삼정은 구체적으로 어느 가격을 기준으로 삼았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ISS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개별 지가를 적용했다는게 참여연대의 주장이다.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은 "두 회계법인이 삼성바이오를 이렇게 고평가하지 않았다면 1대 0.38~1대0.41 수준의 적정 합병비율 평가가 불가능했다"며 "제조공장 등 실제 영업에 사용하는 부동산은 비영업가치에 포함되지 않아야 하지만 두 회계법인의 셈법에는 모두 비영업가치에 포함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안진회계법인이 삼성 합병 이후인 2015년 8월 통합 삼성물산의 회계 처리를 위해 삼성바이오 가치를 다시 한 번 평가했는데, 이때는 6조8500억원으로 산정했다.
이 평가에 따라 통합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영업권이 1조8900억원으로 계산되면서, 통합 삼성물산이 (구)삼성물산의 주식을 싸게 사들여 얻은 이익인 염가매수차익 1조9700억원이 대부분 사라지는 효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가치에 대한 적용 시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가치는 지난 2012년부터 반영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바이오는 2014년까지 파생상품부채(바이오젠의 콜옵션)를 전혀 인식하지 않다가 2015년에 파생상품부채 1조8204억원을 일시에 인식했다.
참여연대는 이와 관련해 2014년말까지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식가치가 콜옵션의 행사가격보다 상당히 낮아 콜옵션 가치가 전혀 없다가 2015년에 콜옵션 가치가 갑자기 1조8204억원이 됐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콜옵션의 행사가격이 '투자원금+누적이자'인 점을 고려하면 2012년과 2013년 콜옵션 행사 가격은 유상증자 가격인 5만원과 유사했고 바이오젠이 2012년과 2013년 유상증자에 참여한 점을 보면 콜옵션의 시간가치는 변동이 없어 2012년부터 반영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홍순탁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은 "삼성의 주장은 2014년 말까지 기초자산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당 지분가치가 6만7000원보다 상당히 더 낮았다가, 2015년 말에 갑자기 주당 지분가치가 41만6000원이 됐다는 것"이라며 "파생상품에 대한 적절한 회계처리를 위해 2012년부터 2014년에도 동 콜옵션에 대한 가치평가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여지는데 어떤 근거로 파생상품부채를 인식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14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관련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참여연대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