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불법 회계여부를 가리기 위한 금융위원회 산하 감리위원회가 17일 열렸다. 치열한 공방을 앞두고 감리위원들 모두 대심제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지만 이날은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적용되지 않았다. 감리위는 추후 2차 회의를 열어 대심제를 적용할 방침이다. 대심제는 금감원과 제재 대상자인 삼성바이오가 동시에 출석해서 일반 재판처럼 진행하는 방식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정부청사 16층 회의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불법 회계 관련 1차 감리위원회를 개최했다.
김학수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이 감리위원장으로 참석했으며 박정훈 금융위 자본시장국장, 임승철 금융위 법률자문관, 박권추 금감원 회계전문심의위원, 한국공인회계사회 위탁감리위원인 김광윤 아주대 교수, 이한상 고려대 교수, 정도진 중앙대 교수, 이문영 덕성여대 교수 등 8명이 감리위원으로 자리를 함께 했다.
민간위원 중 한 명인 송창영 변호사는 이해 상충의 소지가 있어 감리위에서 배제됐다. 송 변호사는 동생이 삼성 계열사에 근무하고 있어 증선위에 회피 신청을 냈으며 검토 결과 제척이 결정됐다
위원들은 회의 시작에 앞서 대심제 적용과 소위원회 활용 여부 등 일정에 대해 한 시간 가량 논의했다. 그 결과 대심제는 차기 감리위에 적용하기로 했으며 특정 위원을 지정해 전문검토를 요청하는 소위원회 활용 여부는 회사와 감사인의 의견진술을 모두 들은 후 결정하기로 했다.
이후에는 금감원이 먼저 안건보고를 한 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감사인의 의견진술이 진행된다. 이번 감리위는 대심제가 아니기 때문에 금감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신들의 진술이 끝나면 퇴장하게 된다.
사안이 중대한 만큼 금감원과 삼성바이오측은 총력전을 펼쳤다. 금감원에서는 관계자 10명이 나왔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측은 김태한 대표가 참석했다. 이에 앞서 김태한 대표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수차례 밝힌 대로 모든 사안을 국제 회계기준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했다”며 “감리위원회에서도 최선을 다해 소명해 관련 혐의를 벗고 주주 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감리위원들은 물론 금감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측 참석자들의 휴대전화도 전부 반납하는 등 보안에도 각별히 신경쓰는 모습을 보였다.
김학수 감리위원장은 "주요 안건 내용과 심의내용의 대외누설을 매우 엄중하게 취급할 것"이라며 "문제가 될 경우 비밀유지 서약 위반 및 외부감사법 제9조상 비밀엄수 규정에 따라 형사처벌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감리위의 쟁점은 삼성바이오가 2015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두고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를 장부가액에서 공정가액으로 변경해, 흑자로 전환하는 과정이 적법했냐는 것이다.
당시 삼성에피스는 개발 신약이 유럽 승인을 받은 후였다. 이로 인해 삼성바이오가 가진 삼성에피스의 지분가치는 2900억원에서 4조8800억원대로 급증했고 2011년 설립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던 삼성바이오는 1조9000억원의 흑자기업이 됐다.
삼성바이오측은 이같은 판단의 근거는 삼성에피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회사 바이오젠이 향후 콜옵션(49.9%까지 주식을 취득할 권리)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금감원은 삼성바이오가 갑자기 지분가치 평가 방식을 장부가액에서 시장가액으로 변경한 것이 뚜렷한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감리위 일정이 길어짐에 따라 다음달 7일 열리는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이번 안건이 상장될지는 불투명해졌다.
김학수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불법 회계와 관련한 감리위원회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