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오포, 비보,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3형제가 동남아 시장을 사실상 접수했다. 지난해에는 3사의 판매량 합계가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앞섰다. 신흥시장에서의 공격적 마케팅으로 안방인 중국시장 정체의 위기를 타개하고자 한다. 그러나 외형 확장에 비해 수익이 크지 않은 점은 중국 업체들의 여전한 고민거리다.
20일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미얀마,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SEA) 지역에서 판매된 중국 스마트폰(오포, 비보, 화웨이)은 2980만대로 집계됐다. 전체 판매량의 29.6%로, 삼성전자 판매량 2930만대(29.1%)를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동남아 지역에서 이들 3사의 합계 판매량이 삼성전자를 제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2016년에는 삼성전자가 2330만대(23%)를, 중국 업체들이 2180만대(21.5%)를 팔았다.
베트남의 한 전자매장 내부 모습. 오포의 매대가 삼성전자 매대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사진/김진양기자
중국 업체들이 동남아에서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엄청난 물량 공세가 있다. 동남아 현지에서 유명한 스타를 모델로 기용하는가 하면, 지하철역과 쇼핑센터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의 광고판을 점령한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비보와 오포의 광고비에는 상한이 없다"며 "민간 기업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만난 삼성전자 관계자 역시 "전세계 광고 가이드라인이 일관된 삼성과 달리 중국 업체들은 각개전투의 성격이 강하다"며 "특정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 업체들은 판매 보조금 등을 지원하며 오프라인 매장 관리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휴대폰 전문 판매점의 간판 순서조차도 매장 관리자에게 돈을 더 줘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한다. 제품 프로모션에 필요한 물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다. 미얀마에서는 오포와 비보 스마트폰 15대가량을 주문한 매장에 인테리어 장식은 물론 판촉사원 1명도 파견했다. 젠슨 오이 IDC 애널리스트는 "중국 업체들은 매장 단위의 판매 장려금 외에 영업사원 개인에게도 장려금을 지급한다"며 "스마트폰 1대를 팔았을 때의 수익이 삼성보다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공격적 마케팅은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하고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이윤을 축소시키는 부작용으로 연결된다. 더욱이 동남아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연간 1억대에서 크게 늘지 않는 상황은 수익적 측면에서 중국 업체들의 고민을 가중시킨다. IDC는 올해 동남아 지역의 스마트폰 판매량을 지난해보다 4% 증가한 1억5000만대 정도로 예상했다. 오이 애널리스트는 "오포와 비보가 정말로 돈을 잘 벌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집계한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수익 상위 10개 모델에 중국 업체는 단 하나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전체 10개 중 8개가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로 채워진 가운데, 최근 출시작인 아이폰X가 전체 이익의 35%를 독식하며 1위를 차지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