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궐련형 전자담배가 국내 출시 1년 만에 차세대 담배로 각광받는 반면에 위해성 논란도 고개를 든다. 업계로서는 보건당국의 위해성 검사결과가 잠재적인 폭탄이다. 소비자들 사이에는 '일반 궐련담배보다 안전하다'는 인식이 박혀 있다. 전자담배를 대안으로 선택하는 이유다. 그런데 보건당국이 최종적으로 위해성을 인정하면 시장은 급속도로 식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4일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발암성을 상징하는 경고그림과 문구를 표기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행정예고하면서 논란은 가열되는 분위기다. 국내에서 전자담배를 판매하는 한국필립모리스, KT&G, BAT코리아 등 3사와 제이티인터내셔널(JTI)까지 총 4개 담배제조사 및 수입담배사를 회원으로 둔 한국담배협회는 보건복지부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24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담뱃갑 경고그림 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권준욱(왼쪽)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 국장과 문창진(왼쪽 둘째) 경고그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담배경고그림 교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보건복지부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궐련과 유사한 특성이 있고, 배출물(에어로졸)에서 발암물질이 여전히 검출되고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마련된 경고그림과 문구는 6월4일까지 행정예고를 거쳐 최종 확정되는데, 이후 6개월간 유예기간을 거쳐 12월23일부터 바뀐 경고그림을 부착하게 된다. 6월4일까지는 의견을 수렴해 최종적 시행안을 마련한다는 게 보건복지부 방침이다.
한국담배협회는 궐련형 전자담배 경고그림이 세계 어디에도 사례가 없고, 유해성 여부가 최종 판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결정이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또한 공청회 등 의견수렴 과정이 생략된 것, 경고문구가 일부 연구결과에 기반한 확대 해석이라는 점도 문제삼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전자담배의 유해성분 측정에 대해 국제표준이 없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물론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전자담배 유해성분 검사결과를 발표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고그림 시안을 암세포 사진으로 성급히 선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이코스' 출시 1년을 맞은 한국필립모리스도 이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날(PMI)은 자체 연구결과 흡연자가 아이코스로 완전히 전환할 경우 흡연을 지속했을 때와 비교해 위해성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니콜라스 리켓 한국필립모리스 전무는 "히팅 방식 제품의 유해성 감소 가능성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궐련형 전자담배의 경고는 일반담배와 비슷한 수준이 아니라 이러한 제품군으로 전환을 유도하는 방향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식약처의 검사결과가 발표된 후 과학적 근거에 따라 궐련형 전자담배 경고그림도 다시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심이 검사결과에 모아진다. 현재 식약처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시한 주요 유해성분 9가지를 포함해 궐련형 전자담배와 관련한 유해성 검사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이번 검사는 기획재정부의 의뢰를 받아 식약처가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과 협업해 진행 중인 것으로 6월 중 결과가 발표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담배 인허가나 경고문구 결정 권한은 기재부와 보건복지부에 있다"며 담배 경고그림 삽입 건에 대해서는 의견을 내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식약처는 유해성 여부에 대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분석을 진행해왔으며, 상세한 결과를 다음달 중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담배협회는 "담뱃갑 경고그림 최종 결정을 위한 행정예고 과정 등에서 업계의 요구사항이 적극 반영되길 바란다"며 "담배소비자, 담배업계와 충분히 소통해 시안을 수정하는 절차를 거쳐달라"고 건의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