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SK건설이 1분기 해외수주금액 25억달러를 넘어서 업계 1위를 기록했다(해외건설협회 통계기준). 홍콩 야우마따이 도로사업, 베트남 에틸렌 플랜트 등 연이은 수주 성공의 결과다.
SK건설은 특히 개발형사업으로 진행되는 카자흐스탄 알마티 순환도로 프로젝트를 수주해 글로벌 디벨로퍼 강자임을 입증했다. 개발형사업 중심의 고부가가치 사업모델로 전환하며 수익성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구축해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국내외 수주 성과를 올리며 수익성을 개선, 최근 2년 연속 영업이익 2000억원도 달성했다. 지난 4월에 발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는 모집 금액 800억원에 8배가 넘는 약 694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기업가치 개선이 자본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카자흐스탄 알마티 프로젝트 조감도. 사진/SK건설
해외개발형사업 강자 ‘글로벌 디벨로퍼’
개발형사업이란 대규모 인프라 및 발전 프로젝트를 위한 자금을 조달할 뿐만 아니라 관련 인허가 및 계약 등 사업 전반에 필요한 요소들을 수행하고 조율하는 사업이다. 건설사 자체적으로 양질의 프로젝트를 기획·검토해 사업화할 수 있고, 경쟁 입찰 방식이 아닌 수의계약 형식으로 공사를 따낼 수 있어 수익성도 뛰어나다.
개발형사업은 발주처는 물론 출자자, 대주단 등 사업에 참여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기 때문에 의견을 조율하고 리스크를 분담하는 노하우가 중요하다. SK건설은 2000년대 중반부터 인프라 PPP(민관협력사업), IPP(민자발전사업) 등 개발형사업을 위한 조직을 구축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했다. 또 이해관계자들의 책임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법무기능과 자금 조달을 위한 유수 글로벌 금융기관들과의 네트워킹을 강화해왔다.
그 결과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터키 유라시아 해저터널과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등 개발형사업의 성공 사례를 이뤄냈다. SK건설은 강점인 EPC 경쟁력뿐만 아니라 초기 사업개발부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운영까지 각국 정부 및 글로벌 금융기관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기획·추진해 사업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터키 유라시아해저터널의 경우 해저터널 사업권을 획득한 지 4년만인 2012년에 프로젝트 자금조달을 위한 금융약정 체결에 성공했다. 금융위기로 경색된 국제금융시장 상황에도 국내외 굴지의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대주단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
이를 통해 세계적 권위의 ENR(Engineering News Record)이 주는 터널·교량 분야 ‘글로벌 베스트 프로젝트상’을 국내 건설사 최초로 수상했으며, 영국의 금융전문지 프로젝트 파이낸스(PF) 매거진에서도 ‘올해의 프로젝트’로 선정됐다.
이후 SK건설은 개발형사업이 필요한 주요 개발도상국 정부는 물론 함께 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세계 굴지의 건설사로부터 많은 사업제안을 받고 있다. 현재 국내 건설사 중 해외에서 가장 많은 개발형사업을 수주·진행 중이다. 지난해만 세계 최장 현수교인 터키 차나칼레 프로젝트 등 3건의 개발형사업을 따냈다. 올들어서도 카자흐스탄 최초 인프라 민관협력사업(PPP) 수주를 필두로 빠르게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조기행 SK건설 부회장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개발형사업에 오랜 기간 투자하고 준비한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며 “아시아는 물론 미국, 유럽시장까지 사업기회가 있는 곳이라면 적극적으로 개척해 SK건설의 성장스토리를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교량, 터널, 지하공간에 차별화 EPC 경쟁력
SK건설의 개발형사업 특징은 기존 강점인 Product와 연계해 글로벌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점이다. SK건설은 교량, 터널 및 지하 공간에 특화된 공사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일례로 세계 최고 수준의 발파공법인 ‘수펙스컷’(Supex-Cut)을 개발해 1994년 국내 특허 출원을 거쳐 일본과 미국, 영국, 호주 등 해외에서도 특허를 획득했다. 이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여수·울산 원유비축기지 건설을 비롯해 2016년 말 터키 유라시아 해저터널도 성공적으로 개통했다.
민관협력사업(PPP)의 대표적 사례인 수력발전사업도 십여km 지하수로를 뚫어 물의 낙차를 이용해 전력을 얻는 것으로, 지하공간 기술이 적용된 사업이다. SK건설이 올해 수주로 최초 진출한 홍콩도 좁은 면적에 건물이 밀집한 도심지로 도로 및 지하철 등 지하공간을 활용하는 사업기회가 많다. SK건설이 전략적으로 진입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사진/SK건설
카자흐스탄 최초 인프라 PPP사업, 알마티 순환도로 프로젝트
SK건설이 카자흐스탄에서 수주한 개발형사업은 중앙아시아 최대 규모이자 현지 최초 인프라 민관협력사업(PPP)이다. 카자흐스탄 경제수도인 알마티 인구 증가에 따른 교통 혼잡을 해소하기 위해 총연장 66km의 왕복 4~6차로 순환도로와 교량 21개, 인터체인지 8개를 건설 후 운영하고 정부에 이관하는 BOT(건설·운영·양도)방식이다. 총 사업비는 7억3000만달러(약 8000억원), 공사비는 5억4000만달러(약 6000억원) 규모다. 총 사업기간은 20년으로 공사기간 50개월, 운영기간은 15년 10개월이며 올해 말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SK건설은 컨소시엄으로 사업에 참여해 터키업체와 함께 EPC(설계·조달·시공)를, 한국도로공사가 운영을 맡는다.
이번 사업은 카자흐스탄 정부가 확정 수입을 지급하는 AP(Availability Payment) 방식을 채택해 교통량 예측 실패에 따른 운영수입 변동 리스크가 없다는 특징이 있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국제금융공사(IFC) 등 다자개발은행(MDB)이 입찰 당시부터 금융을 지원하기로 예정돼 있어서 SK건설은 올해 안에 금융약정 체결이 마무리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SK건설이 카자흐스탄뿐만 아니라 독립국가연합(CIS)에 진출하는 첫 사업이자 중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일대일로 도로의 일부라 의미가 크다. 이들 지역은 개발 잠재력이 커서 인프라사업 투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SK건설은 이번 수주를 바탕으로 독립국가연합의 거점을 확보해 향후 추가 사업기회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