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마카 2번입니다.”
27일 경북 안동 신시장에서 만난 자유한국당 이철우 경북지사 후보는 도의원, 시의원 후보들과 함께 모두 2번 자유한국당 후보들을 뽑아달라는 의미로 이렇게 말했다. 안동이 지역구인 김광림 의원도 동행했다. 김 의원은 한국당 경북지사 후보 경선에서 1364표차(2위)로 석패한 바 있지만, 이날 안동 시민들에게 이 후보를 소개하며 선거운동을 적극 도왔다. ‘한국당 텃밭’으로 불려온 경북답게 도민들은 하나같이 빨간 점퍼의 후보들을 반갑게 맞았다.
자유한국당 이철우 경북지사 후보(가운데)가 27일 안동신시장에서 상인들과 손가락으로 기호 2번을 표시하며 사진 찍고 있다. 이 후보와 함께 빨간 상의를 입은 김광림(경북 안동) 의원(오른쪽)과 권기창 안동시장 후보 모습도 보인다. 사진/최서윤 기자
경북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당 지지율이 여당에 앞서는 몇 안 되는 지역이다. 이 후보는 “경북은 우리당이 이길 것”이라면서도 득표율은 50%전후로 예측했다. 경북지사는 민선 3회 지방선거부터 지난 6·4 선거까지 한국당 후보가 줄곧 70% 이상의 득표율로 당선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목표치가 낮아진 셈이다.
기자가 이날 안동에서 확인한 경북 민심은 각양각색이었지만, 정치에 대한 이들의 바람은 대개 ‘변화’로 수렴됐다. “그래도 여기 아직 한국당”(악기상점을 운영하는 50대 남성 박씨) “정치 관심 없어요. 한국당에 실망했고, 민주당은 원래 싫고, 바른미래당은 더 나쁜 놈들”(개인 택시 기사) “어차피 한국당이 되겠지만 전 민주당 뽑을 거예요, 변화는 있어야 하니까.”(31세 남성 연도준씨)
자유한국당 이철우 경북지사 후보가 27일 안동신시장에서 상인에게 "마카(전부) 2번을 찍어달라"며 선거 운동을 하는 모습. 사진/최서윤 기자
자유한국당 이철우 경북지사 후보가 27일 신시장에서 선거운동을 하다 문어숙회를 맛보고 있다. 사진/최서윤 기자
이 후보는 이런 경북 민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이 후보는 인터뷰에서 “편 가르기, 극심한 여야 대립, 무조건 반대하던 기존 정치에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아주 잘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서민을 위한다고 표방한 최저임금정책과 소득주도성장이 오히려 서민 일자리를 잃게 하는 역작용이 되고 있다”면서 “경제정책은 좀 아쉽다. 한국당이 더 잘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또 “보수 우파도 시장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약자를 배려하고 복지를 중시하는 따뜻한 자본주의를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지사가 되면 중학교까지는 의무 급식을 시행할 계획”이라면서 “한국당의 기존 복지 기조는 효율적인 선별복지였지만 어린 학생들에겐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대로 가면 나라가 사라질 것 같다”면서 한국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저출산’을 꼽았다. 그는 “저출산이 북핵보다 무섭다”면서 “경북에서 ‘이웃사촌 복지’로 공동체 문화를 복원해 전국으로 확대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정부 복지 정책의 한계성을 언급하며 “마을 내 기부를 활성화해 민간 ‘상부상조’하고 어른도 공동체 단위로 모시는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시설과 기반을 마련해보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경북 최대 문제 중 한 축인 고령화를 해결해보겠다는 것이다.
구미·포항 등 공단 산업도시의 위기도 경북의 현안이다. 이 후보는 “삼성·LG등 대기업이 구미에서 나가고 포항제철 등 포항 산업지역도 불경기”라면서 “ICT 기술을 융합하는 4차산업혁명 공장을 육성하는 한편 문화관광산업을 발전시켜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경주와 안동 등 문화재가 경북에 20%다. 찜닭과 종가음식도 중요한 관광자원”이라면서 “이를 활용해 일자리를 확충하는 게 제1목표”라고 했다. 고속철도와 고속도로, 일반국도 확충 등 SOC 사업을 통해 관광산업발전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이 후보는 영·호남 지역 갈등 해소를 위해 2014년 국회에 결성된 ‘동서화합포럼’ 멤버다. 헌정사상 최초로 경북 의원들이 전남 신안에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전남 의원들이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각각 방문하고, 대구-광주 88고속도로 확장 등 정책도 추진했다. 그는 “당시 함께 포럼을 구성했던 민주당 김영록 전남지사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며 “둘이 당선되면 시·도간 협력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고 전했다.
자유한국당 이철우 경북지사 후보의 교사 재직 시절 제자인 박은숙씨가 27일 안동신시장에서 이 후보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안동에 사는 박씨는 이 후보가 안동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시장으로 찾아 왔다. 사진/최서윤 기자
경북이 한국당 최후의 보루가 되면서 이 후보는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이번 선거에 출마했다. 경북 김천에서 3선 의원을 지낸 그의 인물경쟁력에 대해서는 이날 만난 도민들 모두 인정했다. 신시장 인사 도중 “선생님 안녕하세요”하며 다가온 박은숙(53세·여성)씨는 이 후보가 첫 직장생활을 했던 신평중학교 수학교사 시절 제자다. 박 씨는 “경북도청 근처에 살고 있는데 선생님이 오늘 안동 오신다고 해서 뵈러 왔다”면서 이 후보가 신시장을 지나 구시장 찜닭골목을 돌 때까지 내내 자리를 지켰다. 이 후보는 “5년 간의 교사 생활을 그만두고 안기부(현 국가정보원)에 들어가 국내정보수집 부문에서 근무하며 한국사회 문제와 애국심을 고양하게 됐고, 그렇게 정치까지 하게 됐다”면서 보수정치에 대한 신념과 소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철우 후보 약력 ▲1955년 경북 김천 출생 ▲경북대 수학교육과 ▲경상북도 정무부지사 ▲18·19·20대 국회의원(경북 김천) ▲국회 정보위원장
자유한국당 이철우 경북지사 후보가 27일 안동구시장 찜닭 골목에서 상인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최서윤 기자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