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명 '드루킹'으로 활동하면서 인터넷 여론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 중인 김모씨에 관한 사건에 대해 특별검사의 수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사건 초기 너도나도 김씨의 본명을 궁금해하기도 했지만, 이제 웬만한 국민은 알고 있으니 굳이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드루킹 본명과 마찬가지로 사건의 실체도 널리 인식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드루킹 사건을 '여권에 청탁을 시도하다가 실패하자 저지른 정치 브로커의 범죄'로 규정하려고 한다. 그런데도 이 사건을 마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준으로 침소봉대(針小棒大)하려는 일부 보수 야당과 보수 언론을 보고 있노라면 가련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던 박영수 특검팀처럼 드루킹 특검팀도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드루킹 특검팀이 출범하는 지방선거 이후에도 이 사건을 향한 일부의 관심이 유지될지도 궁금한 대목이다. 지금은 정쟁에서의 협상 카드가 될 수 있지만, 그때에도 효용 가치가 있을지 의문이다. 그래서일까. 드루킹 특검팀 인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누군가는 특검에 선정돼 수사를 진행하겠지만, 시민의 응원 메시지가 담긴 쪽지나 마지막 브리핑에서 기자단의 박수를 받을 정도의 활동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지만 정작 특검 수사가 필요한 대상은 일개 정치 브로커가 아니다. 수많은 청년에게 좌절과 실망을 안긴 강원랜드 채용 비리 사건은 유력 정치인이 얽혀 있는데도 제대로 수사되지 않는다는 의심 가운데 외압 폭로가 나오면서 별도의 수사단이 꾸려졌다. 주요 피의자인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서는 검찰총장과 수사단의 갈등이 밖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삼성그룹이 노동조합을 와해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대로 규명해야 할 사건 중 하나다. 노조 활동 방해와 관련한 내용으로 삼성그룹이 작성한 'S그룹 노사전략'이란 문건을 실행한 혐의를 받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는 이 글을 쓴 28일 검찰에 소환됐다. 앞서 2013년 10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등과 함께 고소된 지 무려 4년7개월 만이다.
이번 수사에서는 협력사의 노조 와해 공작인 이른바 '그린화 작업'이 실행된 사실도 드러났다. 이는 전두환씨가 총과 칼로 통치한 5공 시절의 학생운동 탄압 공작인 '녹화 사업'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신성한 노동권을 짓밟은 극악무도한 범죄다. 과연 정치 브로커의 여론 조작 사건이 중대한가, 대한민국 국회 법사위원장의 채용 비리 사건이나 대한민국 1등 기업 삼성전자의 노조 와해 사건이 중대한가.
정해훈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