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아연 생산업체인 ㈜영풍은 29일 아연 제련소에서 폐수를 방류하지 않고 제련과정에서 순환 처리할 수 있는 공정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석포제련소는 배출수를 불소 공정과 미생물 공정 등을 통해 정화한 다음 하천으로 방류해왔다. 하지만 이르면 내년부터는 배출수를 외부로 내보내지 않고 자체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풍은 당초 2021년까지 폐수 무방류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었으나 낙동강 수질오염 이슈를 조기에 해소하기 위해 계획을 2년여 앞당겼다. 이와 관련, 영풍은 지난 3월 수질오염물질 배출 사고 이후 “무방류 공정을 내년까지 실현하여 그 동안 낙동강 오염 주범이라는 의혹을 해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북 봉화군 (주)영풍 석포제련소 전경. 사진/영풍
폐수 무방류 공정은 전 세계 아연제련업계 어디에서도 실현되지 않은 기술로, 영풍이 지난 4년간 연구개발 끝에 최근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 측은 “총 2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폐수 무방류 공정의 상용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풍이 내놓은 폐수 무방류 공정은 폐수를 처리하면서 판매 가능한 석고와 공장 안에서 다시 활용할 수 있는 공정수로 분리하는 것이 핵심기술이다. 우선 전처리된 황산 용액에 탄산칼슘을 집어넣어 석고를 만든 다음, 석고를 분리한 공정액에 소석회를 넣어 용액을 중화시킨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석고는 자재 형태로 시장에 판매할 수 있고, 공정수는 공정에 재투입된다.
영풍 관계자는 “기존 폐수 무방류 공정 특허들은 대부분 폐액 처리와 유해물질 제거라는 측면에 집중해 잔여물의 구체적인 처리방법을 밝히지 않은 반면, 영풍이 출원한 특허는 석고의 용도와 공업용수로 재사용을 명확히 했다는 것이 기술적인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한동안 국내 여러 비철금속 기업들이 폐수 무방류 공정에 관심을 가져 왔으나, 본격적인 상용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도 재처리를 위한 매개 물질을 찾지 못해서였다.
폐수 무방류 공정은 1차적으로 수질개선에 기여할 뿐 아니라, 공업용수를 획기적으로 절감하는 대책이 될 수 있다. 공정수를 재활용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인근 취수원에서 끌어 오는 물의 양을 줄일 수 있어 2차적으로 수질개선에 기여한다. 이번에 특허를 출원한 영풍 이외에도 이미 SK 하이닉스, 현대자동차, LG화학 등 반도체 자동차업계에서도 폐수 무방류 및 오수 재활용 시스템 가동을 통해 30~40%에 달하는 공업용수 절감 효과를 누리고 있다.
영풍 관계자는 “환경운동연합 측이 구미 산단 오염원 배출 문제를 거론하면서 무방류 시스템 도입을 제기한 사례에서 보듯이 폐수 무방류 공정의 도입은 낙동강 수질오염에 민감한 환경단체들이 언급한 대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지난 3월 “대구 취수원 이전에 올인할 것이 아니라 구미 산단의 오염물질 배출업소에 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환경단체가 낙동강 변의 여러 공장들에 대해 ‘폐쇄’와 ‘이전’ 등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지만, 현실적인 대책으로 산업계에 ‘무방류’를 제안한다는 것이다.
영풍 관계자는 “기업에 대해 환경 단체가 관심을 갖는 것은 요즘 추세로는 당연한 귀결”이라며 “수많은 직원의 고용과 주민생계가 걸린 공장을 폐쇄하라고 주문하기 보다는 폐수 무방류 등 기술적인 해법을 찾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