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북미 양국이 내달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의를 이어가는 가운데 회담 다음날인 13일 남북미 3자가 참여하는 종전선언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30일 ‘북미 정상회담 후 남북미 3자 회동이 진행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문 대통령이 내달 13일 싱가포르에 갈 가능성에 대해서도 “모른다. 지켜보자”는 답을 내놨다. 얼마 전까지 문 대통령의 싱가포르행 가능성에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선을 긋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와 관련 외교관계자는 “(정부가) 13일 남북미 회담을 열어 종전선언까지 이어가는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청와대가 남북미 3자 종전선언에 의지를 내비치는 모습이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27일 춘추관에서 2차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며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을 추진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남북미 삼각관계 선순환’이라는 흔치않은 기회를 활용해 ‘속도전’에 나서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전날 <tbs>라디오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으로부터 2년 내에 비핵화를 완전히 하겠다는 시한을 약속받으려고 할 것”이라며 “그러려면 종전선언도 빨리 하고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 수교로 넘어갈 수 있는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중국의 반응이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은 종전선언·평화협정 과정에서 자신들이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며 “그 입장을 고수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선언 내용 속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 적극 추진’을 놓고 중국은 불편한 심경을 한동안 감추지 않았다. 한반도 평화체제가 남북미 중심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데 대한 우려 때문이다. 최근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이 재차 언급되는 가운데 중국 환구시보는 29일 사설에서 “중국은 한반도 정전협정 서명 당사국 중 하나”라고 자신들의 책임론을 강조했다.
‘차이나 패싱’으로 보일 수 있는 언행은 향후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과정에서 악영향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미 간 협상을 통해 대북제재가 해제·완화된다 하더라도 국내 여론과 의회 승인 문제로 미국이 대규모 투자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 역할을 중국이 해줘야 하는 가운데, 지금과 같은 의도적인 배제는 향후 평화체제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