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혜승기자] 한국거래소(KRX)가 증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전산장애로 인한 개인투자자의 손해를 인정, 해당 증권사에 손해배상을 결정했다.
11일 KRX 시장감시위원회는 최근 투자자 甲이 A증권회사를 상대로 분쟁조정을 신청한 사건에 대해 A증권회사의 HTS 전산장애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해 500만원을 지급토록 결정했다.
옵션만기일에 A증권회사 HTS에 장마감전 약 4분 동안 전산장애가 발생했지만 甲은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콜옵션 110 계약 매수주문과 풋옵션 680 계약 매도주문을 제출했다.
甲의 주문은 A증권회사 시스템에는 정상 접수됐지만 (단, 일부 주문은 증거금이 부족) 전산시스템 장애로 해당 호가가 거래소에 전송되지 않으면서 손해가 발생하자, 이를 배상해 줄 것을 주장했다.
시장감시위원회는 "甲이 제출한 주문중 콜옵션 110 계약 매수주문은 당시 체결이 불가능한 가격대의 주문이었기 때문에 손해배상의 대상이 아니며 풋옵션 680 계약 매수 주문 중 640 계약은 만약 전산시스템이 정상 가동됐더라면 증거금 부족으로 주문접수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甲이 입게 된 통상 손해는 당시 주문계좌의 증거금 잔고에 해당하는 40계약 미체결로 인한 손실에 국한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전산장애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는 원칙적으로 '통상의 손해'를 그 한도로 하며 '특별손해'의 경우엔 채무자나 가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해 배상하고 있다.
시장감시위원회는 "다만 甲이 평소 매매과정에서 타계좌와 수시로 입출금하는 행태를 보였을 뿐 아니라 당시 당해 증권회사의 타 계좌에 어느 정도 가용현금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산장애가 발생하지 않아 위탁증거금 부족 사실을 제때 인지했다면 일정 부분은 타 계좌에서 출금해 충당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또한 "주문수탁자인 A증권회사에게도 전산시스템의 안정적인 운영을 통한 고객에 대한 선관의무 충실이행 및 투자자보호 의무가 있다"며 甲에게 500만원을 최종 지급토록 조정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증권회사의 전산시스템 장애로 증거금 체크에 오류가 발생해 증거금 대비 매수주문 수량이 초과 입력된 경우라 하더라도 실제 매매가 이루어 지지 않은 상태라면 동 주문에 의한 손해배상 범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계좌의 예탁잔고 범위내의 주문수량에 대해서만 손해배상범위를 인정했다는데 의의가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회사의 전산장애와 관련한 손해배상에 있어서 고객은 아무런 주문기록 없이 단순히 '전산장애가 없었더라면 팔았을(샀을)텐데...'와 같은 기회 이익은 손해배상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원칙이므로 실제 매매의사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배상여부의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다.
전산장애가 발생한 경우 지체 없이 거래증권사나 홈페이지에 게시된 비상주문수단을 이용해 매매의사를 적극적으로 알리거나 화면캡처 등 전산장애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원만한 분쟁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뉴스토마토 서혜승 기자 haron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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