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SK하이닉스가 속한 한미일 연합이 이르면 내달 1일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마무리 짓는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위한 투자액 3950억엔 가운데 2660억엔을 지난 30일 한미일 특수목적법인(SPC)에 납입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SK하이닉스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31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위한 각국 규제당국으로부터의 승인이 완료됨에 따라 지난 30일 한미일 SPC에 인수대금 2660억엔을 납입했다. 나머지 1290억엔은 전환사채 형식으로 투자해, 향후 주식 전환시 도시바메모리에 대한 의결권 지분을 15%까지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인수전이 사실상 완료됨에 따라 SK하이닉스의 도시바메모리 인수 효과에 시장의 귀추가 주목된다.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D램 편중 구조를 해소할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올 1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전세계 D램 점유율은 27.2%로 삼성전자(45.6%)에 이어 부동의 2위를 고수했다. 반면 낸드플래시에서는 9.8% 점유율로 5위에 그쳤다. 모바일용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이 영향을 줘 점유율이 1.2%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분석 등에 활용되는 엔터프라이즈용 낸드플래시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모바일 비중이 큰 탓에 상위주자들과의 격차를 쉽게 좁히지 못하고 있다.
SK하이닉스 4세대(72단) 3D 낸드 기반 4TB SATA SSD와 1TB PCIe SSD. 사진/SK하이닉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도시바메모리의 전략적 파트너로 부상함에 따라 중장기적 효과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도시바메모리는 낸드플래시를 처음으로 발명한 만큼 관련 분야의 원천기술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도시바메모리의 기술개발 로드맵 등 전략 방향만 확보해도 SK하이닉스로서는 큰 도움이 된다. 이와 함께 도시바메모리가 경쟁사인 마이크론이나 웨스턴디지털, 특히 중국 업체로 넘어가는 것을 막았다는 의미도 크다. 낸드플래시 시장 경쟁이 완화되는 방향으로 구도가 잡히면서 불확실성이 줄었다. 도시바의 고객사 일부를 이어받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번 인수가 간접적인 지분 참여 형태이고, 향후 10년간 의결권 지분 15% 이하 제한 및 기밀정보 접근 차단 등이 계약조건에 포함된 까닭에 단기적 성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지분 평가에 따른 이익 등 재무투자 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구조"라면서도 "전략적 파트너로서 협력이 지속된다면 장기적으로는 D램에 비해 취약한 낸드플래시 사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